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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가 만난 사람] 갈 땐 유전장비, 올 땐 연어·대합…사할린에 뜬 B737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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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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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 화물 터미널의 에어인천 B737 화물기 앞에 선 박용광 대표. 10년 후 에어인천을 아시아 제1의 화물 항공사로 만드는게 그의 꿈이다. 기회가 닿으면 조종사 자격증도 따고 싶다. [사진 김현동 기자]

인천공항에서 뜬 화물기는 러시아 사할린으로 원유·가스 등 유전개발 장비를 실어 나른다. 싱가포르와 미국, 유럽 등지에서 인천공항으로 운송된 것들이다. 돌아오는 길엔 사할린 북쪽 캄차카 반도에서 잡은 연어와 북방대합 등 수산물을 들여온다.

국내 유일 화물전문 항공사, 에어인천 박용광 대표

최근 옌타이(煙臺)·지난(濟南) 등 중국행엔 e커머스(전자상거래) 증가로 한류 상품 택배 물량과 동대문 패션·원단 등이 부쩍 늘었다. 빈 화물기엔 중국에서 생산한 의류가 실린다.

일본 나리타 노선으론 소형 전자제품이 오간다. 8번째 국적 항공사이자, 국내 유일 화물전문 항공사인 에어인천에 실리는 물건이다. 한·중·일·러 등 극동아시아의 물류 움직임이 보인다.

 에어인천은 현재 B737 화물기 2대로 한국·러시아·일본·중국 노선에 운항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 200억원을 달성하며 손익 분기점을 넘었다. 첫 취항 이후 3년 만의 일이다. 지난 5일 서울 마포 에어인천 사무실에서 만난 박용광(49) 대표는 “지난해 손익 분기점을 넘어 틈새에서 메인으로 합류하는 활주로에 섰다”고 자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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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년 2월 박 대표가 회사를 설립하고 이듬해 1호 화물기를 띄울 때만 해도 항공업계에선 ‘생존 가능하겠나’는 반응이 주였다. 그러나 2013년11월 2호기 도입 후 정기 노선을 확보하자 분위기는 달라졌다. 매출은 2014년 154억 원에서 지난해 200억 원으로 뛰었다.

박 대표는 “오는 8월 B767기가 들어오고 연내에 B737기를 한 대 더 도입하면 노선을 더욱 펼칠 수 있을 것”이라며 “다음달 중국 칭다오에 추가 취항하고, 5월엔 일본 나리타 노선을 재개한다”고 말했다.

 에어인천이 화물전용 항공사로 안착할 수 있었던 것은 철저한 ‘틈새전략’ 덕분이다. 대도시 공항이 아닌 해외 지방공항을 공략했다. 박 대표는 “사할린은 미국의 엑손모빌, 러시아의 가즈프롬, 일본의 미쓰비시가 주고객”이라고 말했다.

중국·일본의 경우 아직까지는 소포가 가장 많은데 e커머스 물품이 점점 늘고 있다. 그는 “특히 옌타이행 화물기엔 범한판토스의 택배 물량과 동대문시장 원단이 실린다”고 설명했다.

 최근 몇 년간 운항 횟수와 매출 추이를 보면 특히 중국 노선이 급성장 중이다. 운항을 시작한 2014년 23억원에서 지난해 67억원으로 매출이 훌쩍 뛰었다. 지난해 운항 횟수도 옌타이, 지난 등 중국 노선이 345회로 2014년에 이어 가장 많았다.

 박 대표는 “중국 e커머스 시장의 급성장 때문”이라고 말했다. 올해 중국 전자상거래 규모는 4조 위안(약 750조원)까지 성장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그는 “물류 또한 여객처럼 환승보다는 직거래를 선호하면서 B2B에서 B2C로 이동하는 추세”라며 “대형 허브를 통한 이동엔 시간과 비용이 들기 때문에 우리 같은 틈새 항공사들이 빠르고 민첩하게 움직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다품종 소량 배송’이라고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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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는 8월에 들여오는 B767화물기는 이전 B737 화물 적재량의 3배가 넘는다. 현재 이스라엘에서 화물기로 개조 중이다. 박 대표는 “최근 물동량이 급격히 늘고 있는 베트남 노선에 우선 투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베트남 현지 회사와 합작 법인을 이미 만들었고 화물 항공사 허가를 기다리는 중이다. 그는 “베트남엔 국적 화물항공사가 없다. 우리 항공기로 베트남을 거점으로 필리핀, 미얀마 등 가까운 지역에 운항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선 확보와 화물기 증편은 풀어야 할 숙제다. 특히 기존 항공사의 견제 탓에 주요 시장인 중국에서도 운항자유구역(오픈 스카이) 외엔 노선 취항이 어렵다.

박 대표는 “향후 중국, 베트남 등에서 e커머스 물동량이 엄청나게 늘 텐데 다이렉트 지선 항로 등을 추가로 개척해 이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대형 항공사와 소형 항공사의 협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박 대표는 “기회는 뒷머리가 없다고 하지 않나. 기회가 오면 무조건 잡고 일단 일을 진행하다가 아니다 싶으면 얼른 발을 빼면 된다”고 말했다. ‘리스크 없는 시장은 없다’는 말이다. “10년 후 아시아 제1의 화물전문 항공사가 되는 것이 목표다. 20년 뒤엔 세계 최대 화물전문 항공사를 꿈꾼다. 꿈은 크게 꾸는 것이다” 머지않아 페덱스나 UPS와 함께 세계 전역을 날고 있는 ‘에어인천’ 로고를 보여주겠다는 포부다.

글=조득진 기자 chodj21@joongang.co.kr
사진=김현동 기자

◆박용광(49) 대표=여행사에 다니던 1991년, 러시아 사할린 교포 영주 귀국행사를 진행하면서 항공기와 인연을 맺었다. 전세기 편을 섭외하면서 사업성을 본 그는 1994년 사할린 현지에 성광이라는 회사를 세웠다. 성광은 항공업 뿐 아니라 사할린 최고가 아파트인 그린팔라스 1~3차 건설과 분양에도 성공했다. 이 수입이 에어인천 설립의 종자돈이 됐다.

◆에어인천=2012년 등록한 국내 첫 화물전용항공사다. 이듬해 3월 인천~사할린 구간에 첫 취항했다. 현재 B737항공기 2대를 운영 중이며 오는 8월15일 B767기를 도입할 예정이다. 박용광 대표가 지분 85%를 보유하고 있으며, 해외자본과 인천광역시 지분이 15%다. 다음달부터 중국 칭다오 노선을 추가하고, 오는 5월엔 겨우내 쉬었던 일본 나리타 노선을 재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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