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꺼진 뒤 도착”…청주시 오창 화재 늑장대응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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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오후 화재가 발생한 충북 청주시 청원구 오창읍의 한 마그네슘 분말 제조업체에서 연기가 나고 있다. [독자 제보]

충북 청주시가 소방당국의 화재 진압 요청에 늑장 대응을 하고도 "제 때 도착해 진화에 도움을 줬다"고 밝혀 진실공방이 예상된다.

19일 충북소방본부에 따르면 지난 17일 오후 8시29분쯤 청원구 오창읍 각리에 있는 한 마그네슘 분말 제조 공장에서 불이 났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소방대는 신고 접수 6분만에 화재 현장에 도착해 소화기와 공장에 비치된 모래로 화재 진압에 나섰다. 물과 닿으면 폭발할 수 있는 마그네슘 폐기물을 취급하는 업체여서 진화에 물을 사용할 수 없었다. 상황이 이렇자 소방대는 이날 오후 8시38분 청주시와 공군 제17전투비행단에 긴급 모래 지원을 요청했다.

그러나 1시간이 넘도록 모래를 실은 트럭은 화재 현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당시 현장에는 소방차 14대와 소방대원·의용소방대원 등 인력 120여 명이 있었지만 모래가 도착하지 않아 진화에 나서지 못했다. 일부 소방대원들은 삽으로 인근 도로가의 모래를 퍼 날랐지만 역부족이었다.

화재 진화는 이날 오후 10시쯤 공군에서 10㎏짜리 모래주머니 100개가 현장에 도착하면서 이뤄졌다. 소방 인력·장비가 현장에 있었음에도 불이 나고 1시간 30분가량 제대로 된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셈이다. 불은 진화를 시작한 지 40분 만에 완전히 꺼졌다.

충북소방본부 관계자는 “공군이 도착한 오후 10시가 넘어서 청주시 지원 모래가 도착했다”며 “불이 다 꺼진 다음에 와서 다시 돌려보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청주시는 이날 오후 8시55분쯤 15t 트럭 분량의 모래를 보내 9시30분 현장에 도착했다고 밝혔다. 시 관계자는 “서원구청에 비축된 제설작업용 모래를 실어다 줬다”며 “소방에서 연락을 받고 트럭과 운전기사를 섭외해 1시간 만에 현장에 도착했다”고 말했다.

다행히 불은 크게 번지지 않아 마그네슘 1.7t과 공장 외벽을 태워 380만원의 재산 피해를 내는데 그쳤다. 위험물질 등 화학관련 화재가 나면 지자체는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따라 신속하게 진화에 필요한 물품을 지원해야 한다.

청주=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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