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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취재일기

면세점 제도 개선도 총선에 묻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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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이소아 기자 중앙일보 증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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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아 경제부문 기자

지난 12일 오후 6시쯤 서울 잠실의 제2롯데월드몰 인근 도로에 관광버스 6대가 줄줄이 도착했다. 관광객들은 이 건물에 입점한 롯데면세점에 쇼핑하러 온 중국인 관광객. 주말이면 하루 10만 명의 쇼핑객들이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을 찾는다. 이 면세점의 지난해 매출은 6112억원으로 국내 면세점 중 세 번째였고, 성장률은 1위(26.8%)였다. 지금도 장사가 잘되지만 이것도 끝물이다. 지난해 11월 관세청의 면세점 심사에서 탈락해 6월이면 문을 닫아야 한다.

 굳이 3개월 전 얘기를 다시 꺼내는 이유는 일명 ‘5년짜리 특허’로 촉발된 면세점 제도 개선 논의가 총선을 앞두고 흐지부지되고 있어서다. 월드타워점의 면세사업자 탈락은 영업을 잘해도 문을 닫을 수 있다는 불확실성을 확인시켜 준 사건이었다. 어떤 사업자라도 5년마다 사업의 계속 여부를 원점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것이다. 관세청은 탈락 업체들이 왜 떨어졌는지 심사 점수조차 공개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기업들은 직원들의 고용 불안정, 임대차 계약과 재고처리, 해외 협력사와의 계약 파기 위험 부담을 껴안고 투자해야 한다. 합리적이지도 공정하지도 않다.

 비판이 거세지자 정부는 ‘면세점 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를 가동했고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현재 면세점 제도에 부작용이 있다. 올 상반기 중 면세점 개선 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벌써부터 TF 내부에선 “개선안 마련은 일러야 7~8월이고 합의안은 연내에 어려울 수도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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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박용석]

 한 정부 관계자는 “지금 면세점은 정치권의 관심사가 아니지 않나”라며 “개선안이 마련돼도 총선 일정 등을 고려할 때 입법은 늦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여야의 눈치 보기와 갈등까지 고려하면 개선안 마련이 언제 종결될지 가늠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면세산업은 주로 해외 고객을 상대하기 때문에 관광산업의 경쟁력과 직결된다. 일본만 해도 ‘면세점 자유화 정책’으로 과감하게 규제를 풀어 1년 사이에 일본 내 면세점 수가 4배 가까이 늘어났다. 공항과 항만에만 허용했던 관세면세점(사전면세점)을 시내에도 짓게 했다. 그 결과 지난해 일본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전년 대비 47.1% 증가한 1973만 명으로, 통계를 내기 시작한 1964년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17일 투자 활성화와 신산업 육성을 위해 “모든 규제를 물에 빠뜨려 놓고 꼭 살려야 하는 규제만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광산업의 경쟁력과 직결된 면세 사업 제도가 정치권의 빅 이벤트에 묻힌다면 2020년 외국인 관광객 3000만 명을 장담하는 일본과의 격차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이소아 경제부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