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 3회전쯤이야, 평창 온 눈밭의 곡예사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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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18일부터 21일까지 강원도 평창 보광 휘닉스파크에서 열리는 2016 국제스키연맹(FIS) 프리스타일 스키·스노보드 월드컵(슬로프스타일·slopestyle)은 세계적인 선수들의 기량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겨울 축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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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16도의 경사에 장애물까지 설치된 아찔한 코스에서 공중 곡예를 펼치는 슬로프스타일은 5~6명의 심판이 기술 수행능력과 난이도·종합 착지 등을 평가해 순위를 매기는 종목이다. 올림픽에선 2014년 소치 대회 때 처음 열렸다.

소치 금메달 앤더슨·크리스텐센 등
세계 스키·스노보드 1인자 총출동
월드컵 5회 우승한 크리스티안센
“올림픽 열릴 코스 경험해봐 행복”

이번 대회에 출전할 29개국 159명의 선수들 중엔 세계적인 스타들도 많다. 프리스타일 스키 부문 남자 세계 1위이자 소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조스 크리스텐센(25·미국), 여자 세계랭킹 1위 티릴 크리스티안센(21·노르웨이), 소치 올림픽 여자 스노보드 금메달리스트 제이미 앤더슨(26·미국) 등이 대표적이다.

 남자 1위 크리스텐센은 소치 올림픽에서 뜬 스타다. 95.8점을 받아 프리스타일 스키 슬로프스타일에서 올림픽 초대 챔피언이 됐다. 당시 그는 올림픽을 6개월 남겨놓고 심장병으로 돌아가신 아버지를 생각하며 눈물을 흘렸다. 아버지는 크리스텐센의 버팀목이었다. 13세 때 양 어깨가 부러지는 큰 부상을 당한 아들을 아버지는 헌신적으로 돌봤다.

크리스텐센은 “하늘에서 지켜보는 아버지에게 금메달을 바치고 싶었다”는 말로 전세계 스키 팬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당시 항공권을 마련하지 못할 정도로 가난했던 그의 어머니는 이웃 주민들이 돈을 모아준 덕분에 어렵사리 소치를 찾아 아들이 금메달을 따는 모습을 지켜봤다.

 크리스텐센은 스키 외에 바이크를 타는 등 역동적인 스포츠를 즐긴다. 그는 “산악 지형에서 바이크를 타면 스키를 탈 때 못지 않게 짜릿하다. 눈이 없을 땐 스케이트보드도 자주 탄다”고 말했다.

눈밭에 서면 크리스텐센의 기술도 역동적이다. 공중에서 3회전 반을 돌면서 펼치는 다양한 점프 기술이 그의 주특기다. 이번 대회 공식 연습 첫날이었던 16일 코스 점검에 중점을 뒀던 크리스텐센은 둘째날엔 자신의 장기를 수차례 시도하며 18일 예선을 준비했다.

 프리스타일 스키 여자 1위인 크리스티안센은 스키 가족 출신이다. 할아버지는 노르웨이에서 국내선수권만 8차례나 우승했고, 언니는 알파인 스키 선수다.

크리스티안센은 “스키 선수가 되기 위해 태어났다”고 말한다. 유년 시절부터 스키를 타다 14세 때 처음으로 국제 대회에 출전했던 그는 18세이던 2013년 열린 겨울 X게임(미국 콜로라도주 애스펀)에서 이 종목 최연소 금메달을 땄다.

크리스티안센은 이 종목 여자 선수 중 유일하게 스위치 1080(공중에서 진행 방향의 반대로 3바퀴를 도는 것) 기술을 구사한다.

 미국의 앤더슨은 스노보드의 세계적인 스타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학교에 다니지 않고 집에서 독학을 하면서 대부분의 시간을 스노보드를 타며 지냈다. 평소엔 요가를 하면서 유연성을 기르고, 마음을 다스린다.

겨울 X게임에서만 4차례 우승했던 그는 소치 겨울올림픽 금메달로 세계 1인자로 떠올랐다. 옆으로 3바퀴를 도는 프런트 1080 기술이 그의 장기다. 평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팬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앤더슨은 17일 이번 대회 출발선에서 찍은 셀카 사진을 트위터에 올리기도 했다.

 이들은 2년 뒤 평창 겨울올림픽에도 출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크리스티안센은 “한국에 처음 왔는데 날씨가 인상적이다. 어제는 눈이 많이 오더니 오늘은 하늘이 맑다. 올림픽이 열릴 코스를 미리 경험해봐 행복하다”고 말했다. 앤더슨은 “올림픽 2연패는 꼭 이루고 싶은 꿈이다. 평창이 좋은 기억에 남는 곳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미현, 부상으로 출전 무산=한국 여자 선수 중 유일하게 프리스타일 스키에 도전할 예정이었던 이미현(22)이 17일 연습 도중 부상을 당해 대회에 나서지 못하게 됐다.

대한스키협회 관계자는 “이미현이 연습 도중 점프대에서 도약하다 양발 뒷꿈치를 다쳤다. 강원도 원주의 한 병원으로 이송돼 정밀 검사를 한 결과 8주 치료가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1994년 경남 진주에서 태어나 한 살 때 미국으로 입양됐던 그는 스키 선수의 꿈을 크게 키우고 싶어 지난해 12월 한국 국적을 회복했다.

평창=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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