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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 바오로 2세, 각별한 이성 친구 있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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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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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티칸을 찾은 티미에니에츠카를 반갑게 맞는 요한 바오로 2세. [사진 BBC 홈피]

“교황 요한 바오로 2세(1978~2005년 재임)에게 각별한 기혼녀인 친구가 있었다.”

기혼여성 학자와 32년 우정
책 출간 인연으로 사적 교유
바티칸 “비밀연애 아니었다”

영국 BBC 방송의 15일 보도다. 같은 날 시사프로그램인 ‘파노라마’에서 집중적으로 다뤘다.

 주인공은 폴란드 태생의 미국인 철학자인 안나-테레사 티미에니에츠카(1923~2014)다. 두 사람의 우정은 1973년 티미에니에츠카가 당시 폴란드 카롤 보이티야 추기경이었던 교황 요한 바오로 2세(1920~2005)에게 연락하면서 시작됐다. 69년 발간된 그의 저서 『행동하는 사람(The Acting Person)』의 영역본 출간을 위해서였다. 당시 50세였던 티미에니에츠카는 동료 학자와 결혼해 아이 셋을 뒀다.

 폴란드에서 회동 이후 영역 마무리까지 4년이 걸렸는데 그 사이 두 사람은 서신 왕래와 만남을 통해 친밀해졌다. 교황이 티미에니에츠카를 스키나 캠핑 여행에 종종 초대했다. 76년 미국을 방문했을 때는 뉴잉글랜드에 있는 티미에니에츠카의 집에 머무른 일도 있다.

 BBC는 “서신이 처음엔 공식적인 내용 위주였지만, 우정이 깊어갈수록 친밀한 내용으로 변해갔다”고 전했다. 74년 티미에니에츠카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전에 받은 편지 네 통을 다시 읽었는데 너무나도 의미 있고 대단히 사적이어서”라고 썼다.

 교황은 자신의 스캐풀라(성스러운 글귀나 그림이 그려진 작은 천으로 목에 걸거나 어깨에 걸치도록 한 것)를 티미에니에츠카에 선물하기도 했다.

선물과 전달한 76년의 편지에선 “지난해 ‘나는 당신에게 속해 있다’는 말에 대한 답을 찾아왔는데 폴란드를 떠나기 전 방법-스캐풀라-을 찾았습니다. 당신이 가까이 있을 때나 멀리 있을 때나 어느 경우에라도 내가 당신을 받아들이고 느낄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외신들은 이런 편지들을 바탕으로 “티미에니에츠카가 애정을 고백했을 수 있다”고 추정했다. 티미에니에츠카는 그러나 미국 유명 언론인인 칼 번스타인과 생전에 한 인터뷰에서 “서로 친밀한 건 맞지만 어떻게 내가 중년의 성직자와 사랑에 빠질 수 있겠느냐”고 부인했다.

번스타인은 96년 요한 바오로 2세 전기(『성하(聖下·His Holiness)』에서 “티미에니에츠카와의 작업(영역본 출간) 덕분에 교황으로 가는 국제적 명성을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BBC는 두 사람의 관계가 교황이 78년 교황으로 선출돼 2005년 선종할 때까지 이어졌다고 했다. 티미에니에츠카는 선종 전날에도 그를 방문했다고 한다. 바티칸은 “(두 사람의 관계는) 비밀연애 같은 것이 아니었다”고 부인했다. 

런던=고정애 특파원 ock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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