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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없이 강한남자' 추승균 KCC감독, "소리 내면서 강한팀 재건 중"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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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 전주 KCC 추승균(42)감독은 선수 시절 '소리 없이 강한 남자'로 불렸다. '산소 같은 남자' 이상민(44·서울 삼성 감독)처럼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추 감독은 수비와 리바운드 등 궂은 일을 도맡았다. 그러면서도 꾸준히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하면서 이런 별명이 붙었다.

지도자로 변신해서도 추승균은 소리 없이 강하다. 올 시즌 중반까지 중위권에 머물렀던 KCC는 최근 9연승을 달리며 선두(33승18패)로 올라섰다. KCC가 9연승을 거둔 것은 14년 만이다. 정규리그 3경기를 남긴 상태에서 1999~2000시즌 이후 16년 만에 정규리그 우승을 향해 진군 중이다.

지난 시즌 KCC 코치였던 추승균은 성적부진으로 자진사퇴한 허재(51) 감독을 대신해 지난해 2월 감독대행을 맡았다. 그는 마지막 9경기에서 단 1승에 그치면서 혹독한 신고식을 치렀다. 챔피언결정전 5회 우승을 차지했던 '전통명가' KCC는 최근 3년간 10위→7위→9위에 머물며 플레이오프에 진출하지 못했다.

KCC는 올 시즌을 앞두고 유니폼에 새겼던 별 5개를 뗐다. 추 감독은 14일 인터뷰에서 "초심(初心)으로 돌아가자는 뜻이었다. 우승을 의미하는 별 5개를 잠시 떼어놓고 새로 별 6개를 붙이자는 각오였다"고 말했다.

시즌 개막을 앞두고 '대행' 꼬리표를 뗀 추 감독은 외국인 선수 스카우트에서부터 신경을 썼다. 추 감독은 드래프트 1라운드에서 10개팀 중 유일하게 단신선수(1m93cm 이하) 안드레 에밋(1m91cm)을 뽑았다. 지난해 12월에는 에밋과 활동반경이 겹치는 외국인 선수 리카르도 포웰을 전자랜드로 보내고 센터 허버트 힐을 받았다. 에밋은 최근 20경기에서 평균 30점 이상을 기록 중이다. 덩달아 2m21cm 장신 센터 하승진(32)과 가드 전태풍(37)도 살아났다. 최근 20경기에서 16승을 쓸어담은 KCC는 모비스-오리온의 양강 체제를 보기좋게 깨뜨렸다.

추 감독은 선수 시절 1997년부터 15시즌동안 KCC(전신 현대 포함)에서만 뛰었던 '원클럽 맨'이다. 그는 선수 시절 이상민·조성원(45) 등과 함께 '신바람 농구'를 펼치면서 총 5차례 우승을 차지했다. 5회 우승은 선수 개인으로선 최다 우승 기록이다. 2010-11시즌엔 하승진·전태풍과 호흡을 맞추면서 팀 우승을 이끌었다. 당시 추승균은 자주 흥분하던 전태풍을 다독였고, 샐러리캡(연봉 총액 상한선)을 고려해 자진해서 본인의 연봉을 깎기도 했다. 감독으로서도 그는 '형님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 추 감독은 "과거 성적이 좋지않을 때 마다 선수들이 비난받을 때가 가장 가슴 아팠다"고 말했다.

KCC의 홈 코트인 전주실내체육관에는 추승균의 백넘버 4번이 적힌 유니폼이 걸려있다. 그가 달던 4번은 KCC에선 영구결번이다. 선수 시절 과묵했던 추 감독이지만 요즘 코트에선 목청을 높여 선수들을 독려한다. 추 감독은 "강한 KCC를 만들기 위해 때로는 큰소리를 내면서 팀을 재건 중"이라며 "예전처럼 신나는 농구를 펼치고 싶다. 단, 선수들에겐 팀을 위해 궂은 일도 마다하지 않는 자세를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승반지 5개를 모아 '반지의 제왕'으로도 불리는 추 감독은 "나는 아직 초보 감독이다. 갈 길이 멀다. 정규리그 1위를 확정짓기 위해 나부터 냉정함을 잃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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