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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연금 가장 잘 굴린 신한생명, 지난해 수익 10.6%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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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126조원. 금융권에 쌓여있는 퇴직연금 적립금의 규모다(2015년 말 기준). 근로자들의 노후준비를 위한 자금으로 쓰여야 할 이 돈을 금융회사는 얼마나 잘 굴리고 있을까.

45개 금융사 운용실적 분석

은행연합회·금융투자협회·생명보험협회·손해보험협회가 지난달 말 각각 공시한 퇴직연금 수익률 현황을 분석했다. 현재 퇴직연금을 운용 중인 45개 금융회사가 분석 대상이다.

퇴직연금 사업자의 관리 능력을 가늠하기 위해 실적배당형(원리금비보장형), 그 중에서 근로자가 펀드를 골라 운용하는 확정기여(DC)형을 잣대로 삼았다.

 2015년 한해 수익률이 가장 높은 금융회사는 신한생명으로 10.6%를 기록했다. 지난해 코스피 상승률(2.39%)이나 45개 사업자의 평균(2.8%)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유안타증권(4.58%)과 동부화재(4.47%)가 뒤를 이었다. 신한생명은 최근 3년과 5년간의 연평균 수익률도 금융권 전체에서 가장 높았다(3년 6.22%, 5년 4.37%).

신한생명 변액특별계정운용팀 고재필 차장은 “수익률은 운용사 선택에 따라 달라지는데 지난해엔 메리츠자산운용의 주식형펀드 성과가 좋았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메리츠자산운용 펀드가 한미약품·아모레퍼시픽·CJ 등 지난해 주가가 급등한 종목을 담으면서 수익률이 껑충 뛰었다는 설명이다.

DC형은 금융회사가 제시하는 상품 중에서 근로자가 선택해 운용지시를 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따라서 적절한 펀드상품 안내가 수익률을 좌우한다.

 7년(2009~2015년) 수익률에선 한국투자증권(7.61%)과 교보생명(7.59%), NH투자증권(7.38%)이 상위권에 올랐다. 이 기간 퇴직연금 사업자의 평균 수익률은 6.1%였다. 금융위기로 주가가 크게 떨어졌던 시기에 주식형 펀드에 적립식으로 투자했기 때문에 그 이후 기간보다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높다.

한국투자증권 최형준 퇴직연금운영부장은 “유럽 재정위기로 시장이 출렁거릴 땐 가치주에 투자하는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의 펀드를 담아서 안정적으로 운용했고, 2014년 이후엔 KB자산운용의 배당주펀드 비중을 높였던 게 효과를 봤다”고 설명했다.

그는 “근로자의 평균 근속연수가 6년이기 때문에 적어도 6년 이상, 길게는 30년 정도 내다보고 꾸준히 중위험·중수익의 펀드상품을 제공하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일반적으로 퇴직연금 시장에선 단기보다는 장기수익률, 특히 꾸준히 안정적으로 수익을 내느냐를 따져봐야 한다. 고객 대상 투자교육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는지도 중요하다.

교보생명 퇴직연금사업 담당자는 “퇴직연금 가입자를 대상으로 분기마다 운영보고회를 통해 투자성과를 분석하고 컨설팅을 해준다”고 설명했다. 수익률과 서비스가 만족스럽지 않아도 퇴직연금을 갈아타긴 쉽지 않다. 근로자는 회사가 정한 퇴직연금 사업자(복수 가능) 중에서만 선택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체 퇴직연금 적립금의 68%가 몰려있는 확정급여(DB)형 원리금보장상품의 수익률은 어떨까. DB 원리금보장형의 지난해 수익률은 2.26%로 은행 정기예금 금리(1.81%)보다 높았다. 가장 높은 대우증권이 3.01%, 가장 낮은 산업은행이 1.56%였다.

3년 수익률은 하나대투증권(3.37%), 5년 수익률은 메트라이프생명(4.59%), 7년 수익률은 하나대투증권(4.67%)이 1위였다.

 다만 원리금보장형의 경우 장기수익률이 높은 게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 금융회사 간 퇴직연금 마케팅 경쟁이 치열했던 2009~2010년 고금리 확정이율보증 상품을 그만큼 많이 판매했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당시 금융권은 대기업의 퇴직연금 사업자로 선정되기 위해 역마진을 감수하고 6~7%대 고금리를 제시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초기에 제시했던 고금리 퇴직연금 상품으로 인해 역마진이 있었다”며 “6~7년 지난 지금에 와서야 수지타산을 맞추게 됐다”고 설명했다.

NH투자증권 100세 시대 연구소 김진웅 수석연구원은 “원리금보장형 상품의 제시 수익률은 최근 들어 크게 하락하고 있다”며 “미국·호주처럼 우리나라 가입자도 점차 변동성을 감내하더라도 수익을 추구하는 DC 원금비보장형으로 가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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