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 끝난 증시 북한 변수…“대외 악재가 더 심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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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시장에서 원화(역외 차액결제선물환 거래 기준)는 달러당 1197.7원에 거래됐다. 북한이 장거리 로켓(미사일)을 발사하기 전인 5일 1206.9원보다 원화가치가 오히려 0.8% 올랐다.

2013년 북 핵실험 때 끄떡없던 증시
두 달 뒤 개성공단 폐쇄하자 하락
미·일 금융시장 불안, 저유가 지속
중국 증시 열리는 다음주가 고비

북한의 미사일 도발을 바라보는 국제 금융시장의 시선은 냉정했다는 뜻이다. 10일 긴급 거시경제 금융회의를 주재한 최상목 기획재정부 1차관도 “설 연휴기간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에 북한 미사일 발사에 따른 특이 동향은 없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11일부턴 상황이 달라진다. 설 명절로 5일간 문을 닫았던 국내 주식·외환시장이 열린다.

북한의 도발이 단발성 악재라도 국내 시장엔 한꺼번에 반영되는 만큼 충격이 작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정부는 10일 개성공단 가동을 전면 중단시켰다. 북한이 반발하면 개성공단 폐쇄로 이어질 수 있다. 2013년 2월 북한 핵실험 때도 끄떡없었던 국내 증시는 두 달 뒤 개성공단 잠정 폐쇄 소식에 주저앉았다.

여기다 대외 악재도 국내 금융시장을 짓누르고 있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북한 장거리 미사일 발사가 국내 주가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전망”이라면서도 “주가가 많이 떨어진다면 하락분의 대부분은 대외 악재 때문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돈을 퍼부은 정책이 효과를 제대로 못 내면서 선진국 경제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졌다”며 “투자자는 일본·미국·유럽과 같은 선진국 시장의 위험을 주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짐도 좋지 않다. 설 연휴 동안 대외 악재는 켜켜이 쌓였다. 한국·중국과 달리 일찍 문을 연 일본 주식시장은 ‘패닉’ 상황이다. 미국·유럽 시장도 흔들리고 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단발성 악재인 북한 미사일 사태보다 세계 경기 둔화에 따른 저유가, 일본·미국 금융시장 불안이 장기화되고 있다는 게 더 심각하다”고 짚었다.

김규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일본팀장의 분석도 같다. “미국·유럽 시장에서 중국 변수가 더 크게 부상했는데 일본 마이너스(-) 금리 역풍이 원인이라고 본다”며 “기존 관측과 달리 엔화가 강세를 보이는 등 시장이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면서 불안감이 번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대 고비는 다음 주다. 춘절(春節·음력설)로 8~12일 문을 닫았던 중국 금융시장이 다시 열리는 때다. 연휴기간 쌓인 악재가 한꺼번에 반영돼 중국 금융시장이 다시 한 번 요동치면 그 후폭풍으로 미국·유럽·일본 시장이 다시 흔들리고 이어 신흥시장이 몸살을 앓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 한국은행에서 금융·경제상황 점검회의를 주재한 이주열 총재도 “미국·일본을 비롯한 선진국의 주가 폭락 등 불안정한 국제 금융상황이 한동안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며 “국제 금융시장이 안정을 되찾기까지는 어느 정도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세종=조현숙·김민상 기자, 이태경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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