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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우에다 외환까지 겹쳤다…글로벌 금융시장 먹구름

중앙일보

입력

일본 금융시장은 10일에도 여전히 불안했다. 이날 일본 닛케이지수는 전날보다 2.31% 떨어진 15713.39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5.4%)에 이어 하락세를 이어갔다. 채권 시장도 흔들렸다. 전날 주요 7개국(G7) 중 처음으로 마이너스 금리(-0.025%)를 기록했던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이날 플러스로 돌아서긴 했지만 겨우 0.022%로 장을 마감했다. 국채 투자 수요가 몰리며 이날 엔화 가치는 2014년 1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인 달러당 114.65엔에 거래됐다.

일본 금융시장을 혼란으로 몰아넣은 것은 안전자산을 찾아 나선 자금이다. 세계 경제가 침체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자 일본 국채와 엔화는 안전 자산으로 꼽혀 돈이 몰렸다.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일본은행 총재에게는 악몽 같은 현실이다. 그는 엔화 약세를 통한 경기 부양을 위해 지난달 29일 ‘마이너스 금리(-0.1%)’ 카드를 빼들었다. 하지만 글로벌 경제가 허약해지자 오히려 엔화가 강세를 타고 있다.

일본 시중은행들은 16일부터 중앙은행에 돈을 맡기면 이자를 받는 대신 수수료를 내야 한다. 시중 은행이 돈을 중앙은행에 맡기지 말고 대출에 적극적으로 나서라는 의도다. 시중에 풀리는 돈이 늘어나면서 엔화 값이 떨어지는 효과도 기대했다. 물가를 끌어올리기 위해서였다. 채권이 아닌 주식과 다른 자산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자산 재조정 효과도 염두에 두었다.

하지만 시장은 저주에 걸린 청개구리처럼 움직이고 있다. 투자자는 오히려 채권 시장으로 달려가고 있다. 9일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마이너스까지 급락(채권값 상승)했다. 약간의 ‘보험료’를 내더라도 안전 자산인 채권을 사겠다고 나선 것이다. 엔화 강세는 구로다의 스텝을 더 꼬이게 하고 있다. 안전 자산 선호 현상으로 엔화 값이 오르며 물가 상승은 요원하게 됐다. 엔화 강세의 직격탄을 맞은 수출업체의 실적 악화는 피할 수 없다.

마이너스 금리 정책으로 금융사의 수익 기반도 나빠질 수밖에 없다. 시티그룹은 “마이너스 금리를 적용하면 일본 메가뱅크의 총 이자순이익이 3000억엔 정도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하며 미쓰비시 UFJ와 스미모토 미스이 파이낸셜, 미즈호의 3개 메가뱅크에 대한 매도 의견을 제시했다. 미쓰비시 UFJ의 주가는 9일(-8.7%)과 10일(-7.1%) 큰 폭으로 하락하는 등 대부분의 은행주 주가가 미끄러졌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금융 시장의 혼란은 일본은행의 오산 때문”이라며 “자산 재조정은 사람들이 장기적으로 경기와 물가에 대한 기대감이 있을 때나 효과가 있다”고 전했다.

글로벌 경제에 대한 향후 전망도 밝지 않다. 중국의 경기 둔화세는 완연하다. 1월 제조업구매자지수(PMI)는 2012년 8월 이후 가장 낮은 49.4를 기록했다. 지난달 중국의 외환보유액(3조2300억 달러)은 한달동안 995억 달러나 줄며 시장의 불안을 키우고 있다.

미국의 경제 상황도 기대만큼 개선되지 않은데다 유가의 지속적인 하락도 세계 경제 전망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미국 서부텍사스유(WTI) 3월 인도분은 9일(현지시간) 전날보다 5.9% 하락한 배럴당 27.94달러를 기록했다.

마사미치 아다치 JP모간체이스 애널리스트는 “중국의 경기 둔화와 유가 하락, 미국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 등에다 일본은행이 맞닥뜨린 역풍까지 커지며 세계 경제의 시계가 나빠지고 있다”고 말했다.

하현옥 기자 hyuno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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