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바마 ‘지카’선제조치…18억 달러 미 의회에 요청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태아의 소두증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지카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한 긴급자금 18억 달러(약 2조1500억원)를 미국 의회에 요청했다.

방역·예방·백신 위한 긴급자금
“패닉에 빠져선 안 돼” 당부도

오바마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CBS 오늘아침(This morning)’과의 인터뷰에서 “에볼라와 달리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되어도 사망하지 않는다는 건 그나마 좋은 뉴스다. 패닉에 빠져서는 안 된다”며 지나친 공포감을 경계했다. 동시에 “임신 여성에겐 중대한 위험인 만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당부도 했다.

이어 그는 “의회에 요청한 자금은 모기 퇴치 등 방역과 백신 연구, 임신 여성을 위한 예방교육 프로그램 등에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브라질 등 중남미 지역에서 대유행 중인 바이러스가 미국에 본격적으로 상륙하기 전에 차단하겠다는 의지다. 2014년 에볼라 사태 때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한 선제적 대응이기도 하다. 당시 에볼라의 위험을 과소평가했던 미 정부는 본토에서 감염자가 잇따라 발생한 뒤에야 대책 마련에 나섰다 비난을 받았다.

뉴욕타임스(NYT)는 “에볼라에 대한 백악관의 미진한 대응이 2014년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에 악영향을 미쳤다”며 오바마 대통령의 긴급자금 요청 의미를 분석했다.

이날 백악관도 성명을 발표해 “아직 미국에 직접 전염 사례는 없지만 모기가 극성을 부리는 봄·여름이 다가옴에 따라 질병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며 “바이러스 확산 방지를 위해 공격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미국에선 바이러스 확산 지역을 다녀온 약 50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역시 지카 바이러스 경보 단계를 최고 수준으로 상향하고, 300명 이상의 직원이 지휘본부에서 바이러스를 감시하도록 했다.

NYT에 따르면 백악관이 요청한 긴급자금 18억 달러 중 8억2800만 달러(약 9915억원)는 바이러스 감시 및 긴급 대응을 위해 CDC에, 2억 달러(2395억원)는 백신 개발을 위해 미 식품의약국(FDA) 등에 투입될 예정이다. 또 2억5000만 달러(2993억원)는 지카 바이러스로 ‘긴급 보건 상태’가 선포된 미국령 푸에르토리코의 임신부 의료 지원비로 사용된다.

통상 모기를 통해 전파되는 지카 바이러스는 최근 수혈 및 성관계를 통한 감염 사례가 확인되면서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홍주희 기자 honghon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