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無可奈何 -무가내하-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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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5호 27면

떼를 쓰듯 고집을 부려 어찌할 수 없는 경우를 흔히 막무가내(莫無可奈)라고 말한다. 불가내하(不可奈何)나 막가내하(莫可奈何), 또는 무가내하(無可奈何)라고도 한다. 중국 전한(前漢) 시대에 나온 『전국책(戰國策)』에 이 무가내하에 얽힌 이야기가 실려 있다.


진시황(秦始皇)을 암살하려는 형가(荊軻)가 진(秦)나라의 혹독한 탄압으로 가족을 잃고 연(燕)나라로 망명한 번오기(樊於期) 장군을 만난다. 형가는 복수심에 불타는 번오기 장군에게 자신이 대신 복수해 줄 수 있는 좋은 방법이 있다고 알린다. 한데 그 계책이란 게 매우 놀랍다. “장군의 머리를 진나라에 바치려 합니다. 그러면 진나라 왕이 기뻐하며 저를 만나줄 것이고 이때 저는 왼손으론 그의 옷깃을 잡고 오른손으론 비수를 들어 그의 가슴을 찌르는 방법입니다.” 이 말을 들은 번오기는 두 번 생각하지도 않고 아무런 주저함이 없이 “오늘에야 답을 얻었습니다”는 말과 함께 바로 자결하고 만다. 이 소식을 들은 연나라 태자가 달려오지만 번오기는 이미 숨진 뒤라 태자는 그저 번오기의 시체에 엎드려 통곡할 뿐이다. 그러나 이미 끝난 일이라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旣已, 無可奈何). 바로 여기에서 무가내하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무가내하는 또 『사기(史記)』의 혹리열전(酷吏列傳)에서도 보인다. 한(漢)나라 무제(武帝) 때 잦은 전쟁으로 백성들의 생활이 극도로 궁핍해졌다. 마침내 농민 봉기가 곳곳에서 일어나자 조정은 관군을 파견해 반란군 진압에 나선다. 그러나 반란군이 ‘험한 산천을 끼고 고을에 자리잡아 굳게 막아 지키고 있으니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復聚黨而阻山川者 往往而郡居 無可奈何)’는 것이다. 이처럼 어떤 뾰족한 수단과 방법이 없어 어찌할 수 없는 경우가 바로 무가내하에 해당한다.


새해 벽두부터 핵실험을 한 북한이 이번엔 장거리 미사일 실험을 하겠다며 국제 사회를 위협하고 있다. 말로는 인공위성이라지만 장거리 미사일 실험임은 천하가 다 아는 사실이다. 북한은 설날인 8일~25일 사이에 미사일 실험을 하겠다며 날짜까지 밝힌 상태다. 앞뒤 가리지 않고 막가는 북한의 행태를 보자니 참으로 무가내하라는 말이 한숨과 뒤섞여 절로 나온다.


유상철 논설위원scyo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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