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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0대 추락 증시 전문가 직격 인터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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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1000을 넘나들던 종합주가지수가 920대로 추락했다. 지수 네자릿수 시대에 대한 기대감에 부풀었던 투자자들은 향후 주가 흐름에 대한 확신을 잃고 불안해하고 있다. 증시의 큰 흐름에는 변화가 없다며 낙관론을 펴는 김영익 대신증권 상무와 세계 증시의 동반 하락이 현실화되고 있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이는 교보증권 임송학 이사로부터 향후 전망을 들어봤다.

"미국 증시가 더 하락한다면 외국인 투자자들이 본격적으로 한국 주식을 내다 팔 수도 있다."

지난해부터 줄곧 신중론을 펴 온 임송학 교보증권 이사는 최근의 외국인 순매도는 단지 시작에 불과한 것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최근까지 외국인 순매도를 주도한 세력은 시장 상황에 발 빠르게 대응하는 투기성 단기 펀드(헤지펀드)였다"며 "지난달 미국의 금리인상 이후 각국 증시의 유동성(자금)이 줄어들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미국 증시 흐름에 따라 장기 투자자들까지 매도에 가세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미 증시는 약세장의 초입쯤에 와 있다고 덧붙였다.

임 이사는 이런 국제 자금의 흐름을 거스를 만큼 국내 자금이 풍부하다는 분석에 대해 고개를 저었다. 그는 "정부 정책과 적립식 펀드 열기로 인해 지난해 말을 전후해 증시로 자금이 많이 유입됐지만 최근 증가세가 주춤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내수 경기에 대한 지나친 기대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내수 경기가 좋아지긴 하겠지만 회복의 강도가 세지 않은 답답한 흐름이 될 것이란 예상이다. 임 이사는 "설비 투자와 고용 같은 구조적인 문제들이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내수가 반짝 회복세에 그칠 공산도 크다"고 말했다.

연초에 가졌던 지나친 기대감이 현 시점에선 오히려 부담이 된다는 지적도 했다. 그는 "기업 실적에 대한 기대가 컸지만 과소 평가했던 환율 영향이 예상보다 크게 나타나면서 주가가 급락하고 있다"며 "지수 네 자릿수에 대한 강한 기대감이 있었는데 950선이 허물어지면서부터 매수 주문 자체가 뚝 끊긴 형국"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교보증권의 공식적인 입장은 아니라는 점을 전제로 "종합주가지수가 당분간 950을 넘어서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말께 지수가 다시 오르기는 하겠지만 1000선을 탈환할 수 있을지도 장담하기 어렵다고 했다. 임 이사는 "투자 전략을 보수적으로 짜야할 시점"이라며 "성급하게 주식 매수에 나서기보다는 주가 흐름을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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