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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NG] "성우, 좁은 문이지만 포기한 적 없어요"

T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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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고교성우대회 우승팀 '샌드위치' 인터뷰

고교성우대회 우승팀

고교성우대회 우승팀 '샌드위치'의 이지연, 박동혁(가운데), 김대용

애니메이션 스크린 안에서 캐릭터들이 나누는 대화를 듣다 보면, 애초에 이 그림에는 목소리가 없었다는 당연한 사실조차 잊을 때가 있다. 더빙 작업의 힘이다. 목소리만으로 그림이나 화면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성우들의 힘이다.

성우라는 매력적인 직업은 많은 청소년들의 꿈이기도 하다. 지난달 8일 열린 제12회 한국방송예술교육진흥원 전국고교성우 경연대회 대상팀인 ‘샌드위치’의 세 학생도 성우 지망생들 중 하나다. 박동혁(평촌경영고 2)·김대용(중원고 2)·이지연(한국문화콘텐츠고 1) 등 세 명은 연기를 전공하는 학생들이 아님에도 총 260여 명이 참가한 대회에서 대상을 차지했다.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청소년 성우 대회인 만큼 쟁쟁한 실력자들과의 경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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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가 각각 다른 세 학생은 많은 성우 지망생 중 ‘지인의 지인’으로 처음 만났다. 또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서로의 더빙 작업을 들었기에 실력은 이미 알고 있었다. 팀을 꾸린 뒤에는 메신저와 스카이프로 의견을 나누며 주말에 연습실을 예약해 연습했다.

“각각 1인 3역 정도를 하는데 배역을 정할 때부터 잘 맞았어요. 저와 동혁이도 서로 부족한 목소리 톤을 서로 채웠고요. 특별한 에피소드가 없을 만큼 연습이 잘 됐어요.” (김대용)

세 명이 의견을 모은 더빙 작품은 디즈니채널 애니메이션 ‘프린세스 스타의 모험일기’ 중 일부였다. 여러 호흡과 감정을 빠른 대사로 소화해야 하는 애니메이션이다. 이지연 양이 제안했고 두 남학생이 각자의 목소리에 맞게 배역을 나눴다.

한국방송예술교육진흥원 곽지훈 성우학부 교수

한국방송예술교육진흥원 곽지훈 성우학부 교수는 “이번 대상팀의 경우 자신들의 연기에 맞는 작품을 잘 선택했다”면서 “정식으로 훈련을 받은 성우들에 비하면 디테일이 부족하지만 고교생 수준으로는 매우 좋은 실력”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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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우 외에 다른 꿈은 생각해 보지 않았어요.”

김대용 군은 이 대회에서 2년 연속 대상을 받았다. 현재 연기 전공이 아니지만 성우를 목표로 연극부 활동을 하며 연기를 공부하고 있다. 처음 성우라는 꿈을 가졌을 때부터 한 번도 꿈이 바뀐 적은 없다고 했다.

“중학교 때 직업 체험하는 곳에서 처음 녹음실에 들어가 봤어요. 마이크 앞에 섰는데 정말 발끝에서부터 전율이 올라오더라고요. 온몸이 떨렸어요. 연기가 뭔지 발성이 뭔지도 모르고 녹음했는데, 그 녹음한 것도 되게 잘한 것처럼 들리는 거예요. 그때 성우가 되겠다고 결심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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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혁 군과 이지연 양도 성우만이 자신의 길이라고 생각한다. 부모님이 많이 반대하고, 방송사들의 성우 공채가 많이 줄어 ‘좁은 길’이라는 것도 알지만 꿈을 꺾진 못했다.

“성우가 되고 싶다고 처음 말씀 드린 때부터 부모님이 많이 반대했어요. 집에서 연습하면 그만 하라고 소리치기도 하고요. 그래도 이제는 상도 받고 하니까 조금씩 인정해 주세요.” (박동혁)

“저는 어릴 때부터 목소리 때문에 놀림을 많이 받았어요. 그래서 오히려 ‘이걸로 뭐든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도전한 게 성우였죠. 그래서 많이 연습하고 노력했어요.” (이지연)

예비 고2인 이지연 양은 현재 콘텐츠 특성화학교에서 애니메이션을 전공하고 있다. 영상을 만들면서 연기까지 직접 하기도 한다. 앞으로도 대회 참가와 작품 위주로 진학을 준비할 계획이다. 고3 수험생이 되는 박동혁 군과 김대용 군은 대학에서 각각 영상과 연기를 전공할 목표로 입시를 준비하고 있다. 주변에선 힘들 거라는 우려도 많지만 ‘꿈꾸는 이들’의 생각은 달랐다.

“일단 재미있으니까 계속 열심히 하는 거죠. 그리고 목소리 연기는 쓰임새가 많을 거예요. 애니메이션을 아주 안 만드는 것도 아니고, 게임이나 모바일 서비스에도 필요하니까요.” (박동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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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박성조 park.sungjo@joongang.co.kr

사진·영상=우상조 기자·전민선 인턴기자 woo.sungj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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