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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 연아’ 유영 “떡볶이 못 먹어 아쉬워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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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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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릉선수촌에서 ‘피겨 여왕’ 김연아와 함께 포즈를 취한 유영(왼쪽). 어린 나이에도 뛰어난 기량으로 ‘제2의 김연아’로 불린다. [사진 유영]

지난 2012년, 소녀는 엄마 손을 잡고 7년 만에 한국에 돌아왔다. 우리말을 잘 못해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다. 훈련이 힘들어서 울기도 많이 울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다. 얼음판 에서 넘어졌다 일어나기를 반복하면서 4년이 흘렀다. 그는 최고의 피겨 유망주로 떠올랐다. ‘피겨 샛별’ 유영(12·문원초5)이다.

연아 최연소 우승 기록 깬 피겨천재
국가대표 언니들과 태릉서 훈련
겨울체육대회 쇼트프로그램 3위
오늘 프리스케이팅서 역전 노려

유영은 지난 1월 피겨 종합선수권에서 언니들을 제치고 우승했다. 김연아(26)가 갖고 있던 최연소 우승(12년 6개월)을 8개월 앞당긴 기록이었다. 1년 전 열린 선발전에서 7위에 오르며 최연소 국가대표가 된 뒤 기량이 놀라운 속도로 발전했다. 김연아는 유영의 연기를 보고 “내가 그 나이일 때보다 더 잘 탄다”고 말했다.

태어난 지 4주 만에 싱가포르로 건너간 유영은 2010년 김연아가 밴쿠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는 장면을 보고 피겨스케이팅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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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이숙희·46)를 졸라 싱가포르의 실내 스케이트장에 처음 갔다. 이씨는 “혼자서 음악에 맞춰 링크 위에서 춤을 추고, 점프도 배웠다. 1년 만에 한국 스케이트장에 데리고 갔다가 충격을 받았다. 취미반 아이들보다 못했다. 우물 안 개구리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유영은 스케이트를 포기하지 않았다. 점프를 익히는 과정에서 수없이 넘어졌지만 그는 다시 일어섰다. 어머니 이씨가 “그만 집에 가자”고 해도 소용없었다. 유영은 “힘들긴 했지만 재미가 있어서 스케이트를 계속 했다” 고 말했다.

이씨는 딸에게 체계적으로 교습을 시키기 위해 2012년 한국으로 돌아왔다. 과천 빙상장 인근에 23㎡(7평)짜리 원룸을 구해놓고 매일 스케이트장에서 살았다. 김연아가 연습했던 바로 그 장소다.

그를 지도한 한성미 코치는 “처음에는 평범한 학생이었다. 배우는 속도도 빠르지 않았다. 그래도 늘 빠지지 않고 연습했다. 승부욕이 유난히 강한 아이”라고 설명했다. 매일 하루 7~8시간 동안 훈련을 한 덕분에 유영은 악셀을 제외한 3회전 점프를 모두 몸에 익혔다.

빙판을 벗어나면 라면과 떡볶이를 좋아하는 천진난만한 아이다. 유영은 “체중 관리 때문에 자주 먹지는 못한다”며 아쉬워 한다. 엄마에게 투정을 부리는 소녀이지만 속은 깊다.

유영은 지난해 무릎이 좋지 않아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치료비로 고민하는 어머니 몰래 유영은 간호사에게 “혹시 후원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은 없느냐”고 묻기도 했다.

유영은 태릉선수촌를 떠냐야 할 처지였다. 빙상경기연맹이 올해부터 국가대표 선수 나이 제한(13세) 규정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주니어 대회에 출전할 수 없는 만 13세 미만의 선수는 태극마크를 달 수 없었다.

하지만 유망주를 육성하기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일었고, 연맹은 ‘ 영재 육성방안’을 마련해 그가 태릉에서 훈련할 수 있도록 했다.

유영은 3일 성남 탄천종합운동장 빙상장에서 열린 제97회 전국겨울체육대회 쇼트프로그램에서 3위에 올랐다. 1위는 김예림(13·양정초6)이 차지했다.

4일 프리스케이팅에서 역전 우승에 도전하는 유영은 “ 긴장해서 점프 실수를 했다. 내일은 완벽한 연기를 펼치겠다”고 말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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