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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농협·수협·기은, 작년에 돌려준 휴면 신탁 1%도 안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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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지난해 국내 16개 은행이 신탁 상품에 잠자고 있는 고객 돈 2476억원 중 305억원만 돌려준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이 주인 찾아준 돈 평균 12%
수협, 0.3%로 16개 은행 중 최저
“연락처·주소 달라져 접촉 어려워”
국민은행은 40%인 159억 돌려줘

특히 농협·수협·기업은행은 고객에게 돌려준 돈이 전체 휴면 신탁 금액 중 1%가 채 되지 않았다. 돈 주인을 찾아 돌려주는 데 소극적이었다는 얘기다.

휴면성 신탁이란 신탁 만기일이나 최종 거래일로부터 5년 이상 거래가 없는 계좌를 말한다. 이런 현황은 금융감독원이 3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정훈 새누리당 의원에게 제출한 ‘휴면성 신탁 현황 보고서’를 통해 드러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초 16개 은행에 남아있던 휴면성 신탁 금액은 2476억원. 이 중 은행권이 1년 동안 고객을 수소문해 돌려준 돈은 305억(12.3%)이었다. 계좌 수로는 148만661건 중 3만3286건(2.3%)만 주인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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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휴면 잔액 중 가장 적게 돌려준 곳은 수협이다. 2억9400만원 중 100만원(0.3%)을 고객에게 돌려줬다. 농협은 409억원 중 2억6000만원(0.6%), 기업은행은 219억원 중 1억8000만원(0.8%)만 주인을 찾아줬다. 전체 은행 평균에 크게 못 미쳤다.

수협 관계자는 “휴면성 신탁계좌를 찾아주는 캠페인을 펼치고 있지만 고객의 연락처나 주소변경 등으로 어려움 겪고 있다”고 말했다. 농협 측은 “1만원 이하 소액계좌가 전체 계좌수의 80%에 달하고 고객과 연락이 닿지 않아 찾아주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반면 고객 돈을 가장 많이 돌려준 곳은 국민은행이었다. 394억원 중 159억원(40.2%)을 찾아줬다. 다음은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10.8%), 우리은행(10.6%), 한국씨티은행(10.2%) 순이었다. 휴면 신탁은 상품 만기일이 지나거나 최종 거래일로부터 5년 이상 거래하지 않아도 가입한 상품에 따라 매년 배당 이자를 지급한다.

그러나 만기가 지난 상품은 운용이나 관리가 소홀해져 예금보다 못한 배당을 받을 수도 있다. 이 때문에 고객에게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은행권은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은행들은 1년에 1회 ‘장기 미거래 신탁 주인 찾아주기’ 캠페인을 하고 영업점에 안내문을 게시하는 게 고작이다. 금감원이 지난해 12월부터 올 1월까지를 특별 홍보기간을 정했지만 이 기간에 캠페인에 나선 곳은 신한은행과 기업은행 두 곳뿐이었다.

금감원 관계자는 “특별 홍보는 권고사항일 뿐 은행이 반드시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캠페인은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은행에 자율적으로 맡기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소비자단체인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고객이 사망했거나 금융채무불이행자가 돼서 통장거래를 하지 않는다면 확인이 어렵지만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하고 있다면 은행이 충분히 고객 정보를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휴면성 신탁계좌 관리를 위한 전산시스템 개발과 발송 등 관리 예산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금감원 측은 “은행연합회가 운영하는 휴면계좌 통합조회시스템 이외에 개별 은행 홈페이지에서 고객이 휴면계좌를 찾을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도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김성희 기자 kim.sung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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