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하면 매일 투자금의 2%씩 준다" 400억원 챙긴 다단계 업체 부대표 구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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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 김모(63)씨는 지난해 말 지인에게 솔깃한 제안을 받았다. "A사에 투자하면 매일 투자금의 2%씩 최대 200%의 수익금을 주겠다"는 것이었다. 지인은 "모바일 상품권을 팔고 쇼핑몰을 운영하는 업체인데 전국에 80여 개의 지점을 운영하고 각종 단체에서 상도 받은 유망한 업체"라고 소개했다. 김씨는 그동안 모았던 990만원을 모두 이 업체에 투자했다. 하지만, "매일 2%씩 나온다"던 수익금은 얼마 지나지 않아 중단됐다.

주부 등을 상대로 고액의 수익금을 준다고 속여 400억원을 받아 가로챈 유통업체 부회장 등이 경찰에 적발됐다. 피해자만 현재까지 7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기도 부천 원미경찰서는 3일 사기 및 유사수신 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A업체 부회장 문모(55·여)씨를 구속하고 홍보이사 한모(53)씨 등 임직원 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또 베트남으로 출국한 회장 오모(50)씨를 추적하고 있다.

문씨 등은 2015년 7월부터 지난달 26일까지 서울시 관악구 봉천동에 A업체를 차리고 주부 등 7000명에게 투자금 명목으로 400억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오씨와 문씨가 차린 A업체는 모바일 상품권을 팔고 최저가 쇼핑몰을 운영하는 업체다. 이들은 전국에 80여개의 지점을 두는 등 피라미드식 조직을 운영하며 "매일 2%씩 최대 200%의 수익금을 보장한다"며 투자자를 모았다. 또 투자를 한 이들에게는 "투자자를 데려오면 추천 수당으로 투자금의 30%를 더 지급하겠다"며 속였다.

이들은 투자금에 따라 수익금을 몇 개월간 꼬박꼬박 나눠줘 피해자들을 안심시킨 뒤 일시에 수익금 지급을 중단한 것으로 조사됐다. 후순위 투자자로부터 받은 투자금을 선순위 투자자에게 지급하는 등 '돌려막기'식으로 회사를 운영한 것이다.

이들은 인터넷 카페 등에도 "고수익을 보장한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또 회사 인터넷 홈페이지에 '국제언론인 단체가 주는 글로벌브랜드 대상', '글로벌기부문화공헌 대상', '자랑스러운세계인한국인 대상' 등을 수상했다는 정보를 올리기도 했다. 경찰은 이들이 수상 기록도 허위이거나 돈을 주고 산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의 대부분이 평범한 주부"라며 "현재 계좌추적을 통해 확인한 피해규모만 400억원인데 수사가 이뤄지면서 최근 신규 계좌가 발견되는 등 최종 피해금액은 6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피해자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이들의 여죄를 캐는 한편 회장 오씨가 귀국하면 곧바로 신병을 확보하는 등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다.

부천=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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