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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아, 내 돈 불려줄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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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회사원 A씨는 여유자금 2000만원을 투자할 곳을 찾다가 로봇이 자문을 하는 투자 상품이 있다고 해서 호기심이 생겼다.

금융권 로보어드바이저 잇단 도입
목표 수익률 연 4~7% 상품도 나와
외국 비해 높은 수수료 해결 과제

그는 KB국민은행이 쿼터백투자자문과 함께 만든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인 ‘쿼터백 R-1’에 가입했다. 로보어드바이저란 로봇을 의미하는 ‘로보(robo)’와 자문 전문가를 의미하는 ‘어드바이저(advisor)’의 합성어다. ‘쿼터백 R1’의 경우 분산투자 대상(포트폴리오)을 결정하는 게 사람이 아닌 쿼터백투자자문의 로봇, 정확하게는 컴퓨터프로그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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쿼터백투자자문 관계자는 “사람이 일일이 분석할 수 없는 광범위한 데이터를 활용하기 때문에 다양한 지역에 분산 투자가 가능하다”며 “목표 수익률이 연 4~7%로 안정적인 수익률을 추구하는 상품”이라고 소개했다.

국내 금융권이 핀테크 열풍과 함께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에 앞다퉈 진출하고 있다. KEB하나은행은 은행 자산관리 전문가(PB)의 노하우와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접목한 ‘사이버 PB’를 선보일 예정이다.

우리은행도 상품투자의 귀재인 짐 로저스가 고문을 맡은 업체인 ‘파운트’와 손잡고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내놓는다. 신한은행은 지주·은행·금융 투자 등이 참여하는 태스크포스(TF) 팀을 꾸렸다. 증권사도 로보어드바이저에 공을 들이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지난해 자체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인 ‘QV로보어카운트’를 출시했다. 투자 성향 분석을 통해 투자 대상과 매매 전략을 제안하는 프로그램이다.

금융권이 로보어드바이저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뭘까. 시중은행 관계자는 “수수료가 낮기 때문에 기존 PB가 관리할 수 없는 일반 고객이나 준(準) 자산가를 유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고액 자산가 위주였던 자산관리 서비스가 일반 대중에게 확대되면 금융 회사로선 고객층이 확대되는 효과가 있다. 금융권과 핀테크의 ‘공생 모델’이기도 하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금융권 관계자는 “고객이 직접 온라인을 통해 컴퓨터와 질의응답을 하고, 이를 통해 본인에게 맞는 포트폴리오를 제공받아 운용하는 형태로 나아가야 수수료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금 국내에 도입된 로보어드바이저는 아직 초기 단계라는 얘기다.

미국의 경우는 로보어드바이저 수수료율이 연간 0.25~0.5%로 전통적인 자산관리 서비스(0.75~1.5%)의 절반 수준이다. 그러나 KB국민은행의 쿼터백 R-1은 포트폴리오 구성만 시스템을 통해 이뤄지는 구조라 여전히 높은 수수료(1%)를 부담해야 한다.

또 아직은 로보어드바이저가 추천하는 상품이 주요국 증시 지수나 원자재 가격에 연동해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 등으로 제한돼 있다.

김경진 기자 kjin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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