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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 통합시대] 下. 지출구조 바꿔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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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중증 환자를 둔 가족들은 진료비 때문에 삶을 포기해야 하느냐."

"MRI는 왜 보험이 안 되느냐."

건강보험 재정이 통합된 1일 건보공단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축하는커녕 불만과 원성이 가득했다. 이 글은 일그러진 건보의 모습을 지적한 동시에 통합건보가 가야 할 길을 제시했다.

재정통합이 내세운 우선 목표는 '적정 부담-적정 급여'다. 건강보험만 꼬박꼬박 잘 들면 아파도 크게 걱정 안 해도 되도록 제모습을 찾겠다는 것이다.

전제는 재정안정이다. 이를 위해선 보험료를 더 걷거나 지출을 줄이는 방안이 있다.

그러나 건보 통합 시대에는 보험료 인상이 매우 어려워진다. 노동계 등 가입자 단체들이 똘똘 뭉쳐 반대하기 때문이다. 2002년에도 그랬다. 인상 시기가 늦어지고 인상률도 목표치에 못 미치는 바람에 당초 계산보다 수입에 2천5백억원의 구멍이 났다. 조합 시절에는 자기들이 알아서 보험료를 올렸지만 이게 불가능해진 것이다.

김화중 보건복지부 장관은 "2006년까지 당초 약속한 대로 매년 8% 정도 보험료를 올리겠다"고 말했지만 그리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목표의 한 축인 '적정 부담'에 구멍이 생길 수도 있다는 말이다. 보험기능 회복의 핵심은 '적정 급여'다. 그런데도 2000년 7월 건보 조직 통합 이후 보험 혜택이 늘어난 게 별로 없다.

오히려 보험 적용 일수를 3백65일로 제한하는 등 급여 범위가 좁아졌다. 게다가 암이나 백혈병 등 중병에 걸리면 보험이 절반밖에 안된다. 지난해 보험을 적용하기로 했던 자기공명영상촬영(MRI).초음파 등 60여가지도 내년으로 미뤄졌다.

보험료 부담을 크게 늘리지 않고 적정 급여를 달성하려면 보험의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소액 진료비 환자의 부담을 늘려 중환자의 부담 경감에 쓰는 것이다. 암 환자 등의 비보험 진료를 줄이고 환자의 법정 본인부담금 비율을 낮추는 게 그것이다.

복지부는 2001년 초부터 운만 뗐을 뿐 실행에 옮기지 않았다. 재정통합 후에 보자고 했다. 이제는 그때가 된 것이다.

덩치가 커진 건보공단의 경영효율도 따져볼 문제다. 인원은 1만명이 넘는다. 건보 통합의 유산이다. 통합 전에는 돈 관리를 조합들이 알아서 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주인의식이 없다. 2000년 7월 조직통합을 앞두고 1백39개 직장조합 3조원 이상이던 적립금을 까먹은 전력이 있다. 경쟁 원리를 도입해 조합 시절의 장점을 접목해야 한다는 지적은 이래서 나온다.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김연명 교수는 "인구비에 맞춰 건보재정을 도(道) 단위 등으로 쪼개 책임경영을 맡기고 그 지역 가입자들이 재정운영에 참여하는 자치방식을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직장 노조와 지역 노조의 갈등 해소도 과제다. 통합을 반대해온 직장 노조가 건보료 납부 거부운동을 벌이려는 등 이미 이상 기류가 생기고 있다.

신성식.하현옥 기자

*** 바로잡습니다

◇7월3일자 10면 ‘건강보험 통합시대’시리즈 기사 중 2000년 7월 건보 조직통합을 앞두고 3조원 이상의 적립금을 까먹은 주체를 1백39개 직장노조에서 직장조합으로 바로 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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