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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청 120년 만의 안동 시대, 경제 축도 북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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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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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년 만에 대구를 벗어난 경북도청 신청사의 모습. 경북 안동에 새 둥지를 튼 도청은 22일 본격적인 업무를 시작한다. [사진 경북도청]

경북도청이 120년 만에 ‘대구 시대’를 마감하고 22일부터 ‘안동 시대’를 연다.

대구서 이전한 신청사 22일 첫 업무
서울행 고속철, 세종시행 고속도
12조 투입 사통팔달 교통망 추진

1896년 대구시 중구 포정동에 ‘도청’이라는 이름을 달고 처음 청사를 지어 들어선 이후 대구 시내에서 몇 차례 청사를 이전했지만 대구를 완전히 벗어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새 보금자리는 경북 안동시 풍천면 갈전리. 콘크리트 건물에 기와를 올려 지은 7층짜리 초대형 한옥이 우뚝 서 있다. 기왓장엔 도민 1만2896명의 이름이 하나하나 새겨져 있다.

한옥 입구 솟을대문. 대문 앞에서 고개를 들면 허연 바위를 머리에 인 332m 높이의 검무산이 보인다. 태백산맥 문수지맥 끝 봉우리다. 남쪽으로는 낙동강이 흐른다. 배산임수 길지(吉地)다. 솟을대문엔 ‘경화문(慶和門)’이라는 편액이 4월에 내걸린다. ‘경북도민 화합의 문’이란 뜻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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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 신청사는 본관인 7층 한옥을 중심으로 14만3747㎡ 부지에 도의회, 주민복지관·다목적공연장(908석) 등으로 꾸며진다.

김관용 경북도지사는 “도청 이전은 역사의 중심이 움직이는 것”이라면서 “신청사를 편리한 빌딩 대신 한옥으로 지은 것은 신라와 가야, 유교 문화로 민족 문화를 꽃피운 지역 정체성을 승화시키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상대적으로 낙후했던 경북 북부 지역은 이번 도청 이전을 계기로 지도가 바뀌고 있다.

도청 신청사 옆에는 10.9㎢(332만 평) 규모로 신도시가 이미 조성됐다. 신도시는 안동시 풍천면과 예천군 호명면에 걸쳐 있다. 이미 안동 방향 6차로 진입로를 비롯해 폭 13m 인도 옆 자전거도로 포장까지 모두 끝냈다.

현대 아이파크 등 7개 아파트 단지 5000여 가구가 지어지고 있고 3월 개교하는 풍천풍서초등학교와 풍천중학교도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다. 허허벌판에 좁은 국도뿐이던 곳이 상전벽해가 되고 있다.

류역하(61·안동시 풍천면) 하회1리 이장은 “300만 도민을 챙기는 도청이 드디어 제자리인 경북에 온 만큼 큰 역할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민현(51·예천군 호명면) 산합1리 이장은 “다양한 개발사업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경북도는 신청사가 들어선 경북 북부에 12조6000억원을 투입해 동서남북 ‘사통팔달’ 교통망을 구축하게 된다. 우선 도청 신청사~세종시(107.1㎞)를 잇는 고속도로(보령~울진 고속도로) 건설 계획을 하반기에 국토교통부에 제안할 예정이다.

서울 수서에서 경기도 이천을 잇는 기존 철도에 충북 충주를 거쳐 경북 문경, 도청 신청사로 이어지는 94.9㎞ 길이의 중부내륙 고속철도 건설도 하반기부터 단계적으로 착공한다.

이 밖에 경북 상주에서 도청 신청사가 있는 안동을 거쳐 청송과 영덕으로 이어지는 도로(107.7㎞·상주~영덕 고속도로) 등 새 고속도로 2곳도 내년까지 건설된다.

도청 이전에 맞춰 안동 등 북부 지역 지방자치단체들도 개발 청사진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안동은 의료기기와 신소재, 정보기술(IT) 기업을 모아 산업단지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산으로 둘러진 봉화군은 수목을 활용한 백두대간 관광사업을 펼칠 예정이다.

김상동 경북도청 신도시본부장은 “경북 북부의 미래 모습인 신도시가 팽창하면 2027년 기준 생산유발효과 21조1799억원, 부가가치 유발효과 7조7768억원, 고용 증가는 13만6000명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현기 경북도 행정부지사는 “도청 이전으로 경북의 경제지도 자체가 새롭게 쓰이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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