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아웃복싱’이 계속되고 있다는 말이 당에서 나오고 있다.
아웃복싱은 화끈한 맛은 없지만 치고 빠지면서 잽 등을 날려 유효타를 따내는 권투 기술이다. 요즘 김 대표의 움직임이 그와 흡사하다는 게 당 사람들의 평가다.
김 대표는 1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주한미군의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체계 배치에 대해 전향적이고 적극적인 입장을 가져야 한다”면서 전날 밤 회동에 대해선 일언반구도 하지 않았다.
김 대표는 오후엔 육군 6사단 전방부대를 찾았다. 대북 확성기 방송 운영 실태를 살펴보기 위해서였다. 갑자기 안보문제로 이슈를 전환해버린 양상이다.
김 대표는 전날 밤 비박근혜계 의원을 50여명이나 모아 회동을 열었다. 참석자들에게 “다 살아서 20대 국회에 돌아오시라”고 덕담을 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18대 총선 때 무소속으로 출마한 친박계 인사들에게 “살아서 돌아오세요”라고 응원하면서 결속력을 다진 일을 연상시킨다는 말이 참석자들에게서 나왔다.
이런 김 대표의 느닷없는 '한 방'에 친박계는 휴일밤 반발했다. 대통령 정무특보 출신 윤상현 의원은 “공정해야 할 공천 시기에 당 대표는 고민하고 자중해야 한다”고 비판했고, 다른 친박계 의원들도 곳곳에서 김 대표를 성토했다.
하지만 정작 최고위원회의에선 김 대표의 태연스러움에 서청원·이인제·김태호 의원 등 친박계 최고위원들이 입을 닫았다.
지난달 26일 ‘권력자' 발언도 양상이 비슷했다. 그는 대한상공회의소 행사에 참석해 “망국법인 국회선진화법에 대해 당내 많은 의원들이 반대를 했는데, 권력자가 찬성으로 돌자 반대하던 의원들이 모두 다 찬성으로 돌아섰다”고 주장했다. 그가 갑자기 거론한 권력자가 2012년 5월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었던 박 대통령이란 데는 당내에서도 이견의 여지가 없었다.
이 때에도 친박근혜계는 당황했다. 신박(新朴)으로 불리는 원유철 원내대표가 “김 대표 말씀에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며 2012년 상황과 관련해 반박에 나선 것이 김 대표 발언이 있은지 하루가 지난 뒤였다. 친박계가 대응에 주춤하는 사이 김 대표는 발언 하루뒤인 지난달 27일 “과거엔 공천권이 당의 소수 권력자에 의해 밀실에서 좌지우지됐다”고 또 권력자 발언을 했다.
결국 친박계는 '권력자' 발언 이틀뒤(지난달 28일)에야 서청원 최고위원이 “새누리당 최고 권력자인 김 대표 주변에도 완장 찬 사람들이 매일 별의별 짓을 다 하고 있지 않으냐”면서 반격에 나섰다. 김 대표는 면전에서 쏟아지는 비판에 전혀 대꾸를 하지 않고, 논란에서 빠지려 했다.
김 대표는 지난 2014년 7월 당 대표가 된 뒤로 개헌 발언("국회에서 개헌 봇물이 터질 것") 논란 등을 일으키면서 청와대나 친박계와 본의 아니게 각을 세웠다가 수습을 하느라 진땀을 뱄다. 수습을 위해 청와대를 향해 사과를 반복해왔다. 반면 지금은 치고 빠지는 것 같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다보니 그의 발언을 놓고 “지나치게 계산적인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 5선 의원 출신인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지난달 31일 블로그에 “이른바 ‘치고 빠지기’인가요. 하지만 그런 식의 전략은 확실한 성공도 담보하지 못하면서 이미지만 손상시켰습니다”라고 김 대표의 권력자 발언을 비판했다.
남궁욱 기자 periodista@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