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일본, 위안부 합의 물타기 시도" 비판…재단 설립엔 "시간 걸릴 것"

중앙일보

입력

기사 이미지

일본 정부가 유엔 기구에 일본군 위안부 관련 “강제 연행이 (문서로) 확인되지 않았다”는 답변서를 제출한 것에 대해 외교부 당국자는 1일 “한ㆍ일 위안부 합의 위반이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면서도 “(합의의) 본질을 흐리고 물타기 하려는 시도”라고 비판했다. 이 당국자는 기자들과 만나 “일본 정부가 합의의 정신과 취지에 벗어나는 사실을 이야기할 경우 강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일본 정부는 오는 15일부터 3월4일까지 유엔 본부에서 열리는 여성차별철폐위원회 63차 회의를 앞두고 위원회에 “군과 관헌에 의한 위안부 강제연행(forceful taking away)은 확인되지 않았다”는 요지의 답변서를 제출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1일 “일본이 문서 기록이 없다면서 강제연행을 부정하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호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정부가 ‘위안소 설치ㆍ관리ㆍ이송에 옛 일본군이 직간접적으로 관여했다’는 ‘광의의 강제성’은 부인하지 못하면서 ‘일본 군이나 관헌에 의해 직접적으로 강제 연행했다는 문서 기록이 남아있다는 ‘협의의 강제성’ 중 일본 정부가 후자에 매달리며 물타기 시도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당국자는 이어 “(일본이 주장하는) ‘협의의 강제성’ 중심의 강제연행 논란에 휘말릴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강제 연행 증거가 없다는 일본 측 주장에 대해서도 ▶당시에도 불법이었던 강제연행을 기록으로 남기지 않았을 가능성▶기록은 했더라도 일본이 패전 후 관련 기록을 폐기했을 가능성▶당시 한반도에서 식민통치구조가 확립된 상황에서 강제연행 형태를 취하지 않더라도 본인의 의사에 반한 위안부 동원은 어렵지 않았을 가능성 등을 거론하며 반박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일본 정부가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에 제출한 답변서에 대해 우리 정부가 직접 호소할 수 있는 메커니즘은 없다”며 “앞으로 일본 정부가 합의 정신과 취지에 벗어나는, 사실과 다른 얘기를 할 경우 우리 정부도 당연히 대응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위안부 합의의 주요 내용인 재단 설치와 관련해선 “실무적 준비를 하며 필요한 경우 관련 전문가들 의견을 청취하고 있다”며 “구체적 사업 내용을 면밀히 검토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를 방문할지 여부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를 놓고 검토하고 있다”고만 말했다. 위안부 피해자 중 생존자는 46명으로, 이 중 3명은 중국, 1명은 일본에 거주하는 것으로 정부는 파악하고 있다. 이 중 개별적으로 거주하는 피해자 할머니 중 국내 22명과 중국 3명은 직접 방문하거나 공관을 통하는 방식으로 합의 결과와 배경을 설명해 이해를 구했다고 외교부 당국자는 전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