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브도어·후지TV '화해' 합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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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일본 후지 TV의 지주회사인 닛폰방송 경영권을 놓고 혈전을 벌여온 인터넷 기업 라이브도어와 후지 TV가 18일 화해안에 합의했다.

라이브도어의 호리에 다카후미(堀江貴文) 사장과 후지 TV의 무라가미 고이치(村上光一) 사장은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라이브도어가 보유하고 있는 닛폰방송 주식(50.00003%) 전량을 후지 TV가 매입하는 대신 후지 TV가 라이브도어에 12.75% 출자하는 자본제휴를 맺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후지 TV가 라이브도어로부터 사들이는 닛폰방송 주식의 주당 가격은 6300엔으로, 라이브도어가 시장에서 사들였던 평균 가격 6280엔보다 조금 높다. 라이브도어로선 당초 목표로 삼았던 후지 TV 인수는 일단 포기하는 대신에 닛폰방송을 인수하기 위해 투입한 1030억 엔을 전액 회수하고 증자 자금 440억 엔을 후지 TV로부터 끌어들이는 데 성공한 셈이다. 후지 TV도 닛폰방송 지분을 되찾아오느라 당초 예상에 없던 자금이 동원되긴 했지만 닛폰방송을 자회사화함으로써 외부의 경영권 위협에 방어벽을 치는 성과를 올렸다.

이로써 일본의 거대 미디어 그룹인 후지산케이그룹 경영권을 놓고 2개월여 계속돼온 양사의 치열한 닛폰방송 주식 쟁탈전은 '방송사와 정보기술(IT) 기업의 신 결합'이란 형태로 일단락됐다. 한편 두 회사는 또 '업무제휴 추진위원회'를 신설해 방송과 인터넷을 결합하는 형태의 업무제휴를 추후 논의해 나가기로 했다. 구체적인 제휴 방안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후지 TV가 제작한 영상물을 라이브도어가 인터넷을 통해 제공하는 방안 등이 논의될 전망이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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