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방탄 커피(Bulletproof coffee)’ 다이어트가 인기를 끌고 있다.
방탄 커피는 실리콘밸리의 억만장자 데이브 애스프리가 2009년 만들었다.
업무에 지친 애스프리는 회사를 관두고 티베트로 떠났다가 현지인이 건넨 야크버터 티를 맛봤다. 단 한잔이 주는 에너지는 강렬했다. 미국으로 돌아온 애스프리는 차 대신 커피에 버터를 넣어봤고, 이 버터커피를 ‘방탄 커피’라고 이름 짓고 판매를 시작했다.
애스프리는 자신의 블로그에 방탄 커피 제조법도 공개했다. 신선한 원두를 갈아 커피 2큰술에 물 1컵 비율로 블랙커피를 만든 다음 코코넛 오일 1큰술, 목초 먹인 버터 1큰술을 넣은 뒤 섞어 마시면 된다.
애스프리는 “빈 속에 먹어도 속 쓰리지 않고, 힘이 나고 집중력을 높여준다”고 했다. 또 “식욕이 억제돼 최고의 다이어트 식이요법”이라고 주장했다. 애스프리의 레시피는 운동선수와 실리콘밸리 벤처기업가들에게 인기를 얻었고 여성들도 커피와 버터의 부드러운 조합에 열광했다. 미 전역에 열풍이 불면서 애스프리의 방탄 커피는 날개 돋친 듯 팔렸다.
하지만 의학 전문가들은 방탄 커피의 영양학적 효과에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고 AFP통신이 30일 보도했다. 영국 영양학협회는 2016년 유명 연예인을 좇아 따라 해선 안 되는 다이어트로 ‘방탄 커피’ 다이어트를 꼽았다. 미 UCLA 메디컬센터의 영양학자인 에이미 슈나벨은 “어느 다이어트든 처음 단기간에는 체중이 줄어드는 효과를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장기간 체중 감량이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고 했다.
슈나벨은 “커피에는 노화방지 물질과 카페인이 함유돼 처음 몇 잔을 맛볼 때는 몸에 좋은 것처럼 느끼는 게 당연하다”고 했다. 하지만 “오랜 기간 커피만 마실 경우 영양 결핍을 초래해 건강에 해롭다”고 단언했다. “방탄 커피 다이어트는 일종의 심리적 효과인 ‘플라시보 현상’에 불과하다”고 했다.
의사들도 갖가지 다이어트보다 영양분을 골고루 섭취할 수 있는 하루 첫 끼를 거르지 말 것을 당부했다. 당을 섭취할 수 있는 시리얼이나 빵, 단백질이 함유된 달걀이나 요거트, 섬유질을 얻을 수 있는 과일, 여기에 약간의 활력을 부여할 수 있는 커피나 티를 곁들어 먹는 게 ‘최고의 식이요법’이라고 강조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