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할매순대국의 무한 확장”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전통의 강자 ‘무봉리토종순대국’의 아성을 위협하는 ‘큰맘할매순대국’의 성장세가 예사롭지 않다.

2012년 서울 천호동에서 출발한 큰맘할매순대국은 4년 만인 지난해 업계 최초로 전국 400호점(현재 450곳)을 돌파했다. 얼마 전엔 중국 청도에도 매장을 열었다.

계경순대국·담소사골순대국 등 중형 브랜드도 빠르게 매장 수를 늘리고 있다. 특정 브랜드만 잘 나가는 게 아니라 전체 시장의 크기가 커졌다는 의미다. 외식 프랜차이즈의 전장이 커피?치킨에서 순대국으로 확장하는 형국이다.

인기 비결은 평범함과 가격의 시너지다. 순대국은 ‘오늘은 뭐 먹지?’를 고민하는 항상 직장인이 편하게 선택할 수 있는 메뉴다.

여기에 가격 경쟁력이 결합했다. 실제로 순대국은 최근 10년 내 가격이 떨어진 거의 유일한 음식이다. 업체별로 공장을 설립해 대량 공급 체제를 갖추면서 원가 비중을 크게 낮췄기 때문이다. 규

모가 커지면서 물류 비용도 상당히 줄었다. 큰맘할매순대국의 순대국 한 그릇 가격은 5000원. 5000원에 팔아도 남는 게 있다는 얘기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영역을 확장해온 큰맘할매순대국은 최근 충청과 대구·경북지역에 지사를 열었다. 여세를 몰아 돼지국밥의 성지(聖地) 부산까지 넘보고 있다.

부산은 ‘한집 건너 돼지국밥’이라는 농담이 있을 만큼 돼지국밥 사랑이 극진한 곳이다. 등록된 가게만 약 2000여 개다.

할매순대국 관계자는 “올 상반기 지사 설립이 끝나면 본격적인 공략을 시작할 계획”이라며 “아직 매장 수는 적지만 부산 돼지국밥을 모티브로 만든 순대국인만큼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시장이 커지면서 유사 브랜드가 난립하는 상황도 커피 프랜차이즈의 성장기와 비슷하다. 할매순대국은 원래 두 회사가 공동 창업했지만 동업 관계가 깨지면서 ‘큰맘’과 ‘손큰’으로 분리됐다. 최근엔 이와 별도로 ‘통큰’까지 등장했다.

과열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한민국 자영업 트렌드 2016』의 저자인 허건 행복한가게연구소 대표는 “본사에서 재료를 대량 공급하는 시스템에선 맛의 차별화가 쉽지 않은데 매장 수가 늘어날수록 경쟁이 더욱 치열해진다”며 “소자본 창업 가능해도 성패는 결국 입지 선정과 상권이 좌우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