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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잉주, 난사군도 전격 방문…차이잉원 측은 동행 거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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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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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잉주 대만 총통(가운데)이 28일 난사군도 타이핑다오를 방문해 영토 주권 수호를 선언했다. C-130 수송기에서 브리핑을 듣는 마 총통. [AP=뉴시스]

퇴임을 4개월 앞둔 마잉주(馬英九) 대만 총통이 28일 타이핑다오(太平島)를 방문했다. 타이핑다오는 필리핀과 베트남·중국 등이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는 난사(南沙·영문명 스프래틀리)군도 중 하나다. 현재 대만이 실효 지배하고 있다.

6월 영유권 국제 판결 앞두고 강행
전투기·구축함 동원 무력시위
차이 측근 “퇴임 앞두고 갈등 유발”
중국 “양안 다 영토 수호 책임” 환영
베트남?필리핀 항의…미국도 “실망”

임기 마지막 해인 2012년 8월 이명박 대통령의 전격적인 독도 방문을 연상시키는 행보다. AP통신은 임기 내내 유약한 외교로 여론의 비난을 받았던 마 총통이 이번 방문을 임기 중 업적으로 여기고 있다고 평가했다. 대만 언론들은 영토 주권을 과시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차이잉원(蔡英文) 당선인은 마 총통의 민진당 인사 동행 요청을 거절하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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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 당선인은 “파견 요청을 거절한 것은 마 총통을 존중한 것”이라고 했지만 황웨이저(黃偉哲) 민진당 입법위원은 “마 총통이 주권을 과시한 것은 지지하지만 퇴임 직전에 (주변국과) 갈등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시찰은 임기 말 정권의 본분을 넘은 행동”이라고 비난했다. 2008년 민진당 천수이볜(陳水扁) 전 총통이 임기 중 타이핑다오를 방문했다.

이날 마 총통의 방문은 군사 작전을 방불케 했다. 이날 오전 6시 전용기편으로 타이베이의 쑹산(宋山)공항을 출발한 마 총통은 남부 핑둥(屛東) 공군기지에서 C-130 수송기로 갈아 탄 뒤 대만 남부에서 1600㎞ 떨어진 타이핑다오로 향했다. 국안국(國安局, 대만의 국가정보원) 소속 특수요원과 육군 특전대원이 밀착 경호했다.

대만 공군은 E-2K 공중조기경보기와 F-16전투기, 자체 개발한 IDF 전투기로 호위했다. 3000t급 가오슝(高雄)함과 두 척의 구축함이 주변 해역을 방어했다.

타이핑다오에 도착한 마 총통은 이번 방문 목적이 춘제(春節·음력설)를 맞아 주재원을 위문하고 남중국해 평화 제의의 실천 로드맵 발표, 타이핑다오의 평화적 용도 설명, 타이핑다오의 법률적 지위 명확화 등 4가지라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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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난사군도 타이핑다오의 우체통에 편지를 부치는 마잉주 대만 총통. [타이핑다오 AP=뉴시스]

마 총통은 성명에서 지난 2013년 네덜란드 상설중재재판소에 중국을 피고로 타이핑다오를 영유권을 주장할 수 없는 ‘암초’라고 주장하는 중재안을 내놓은 필리핀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판결은 오는 6월 내려질 예정이다. 필리핀 외 중국·베트남·말레이시아도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이투아바섬으로 불렸던 이 섬은 1946년 중화민국 소속 타이핑(太平)함이 일본 패망 후 프랑스가 점유하던 섬을 점령하면서 타이핑다오로 불리기 시작했다.

타이핑다오는 최근 중국이 인공 활주로를 건설한 융수자오(永暑礁·피어리크로스)를 제외하고 난사군도에서 가장 규모가 큰 섬이다.

아시아해양투명성기구(AMTI)에 따르면 대만은 1억 달러(1200억원)를 투입해 지난해 2월 1200m 활주로와 3000t급 군함의 정박이 가능한 신항구 확장 공사를 마쳤다.

주변국의 입장은 엇갈렸다. 베트남은 대만의 베트남경제문화사무소를 통해 “단호히 반대한다”며 대만 정부에 엄중히 항의했다.

필리핀도 외교부 대변인을 통해 “긴장을 고조시키는 행동을 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미국의 대만 대사관격 미국재대협회(AIT) 대변인은 “실망스럽다. 마 총통의 행동은 남중국해 분쟁의 평화로운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반발했다.

반면 중국은 환영했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8일 “난사군도는 예로부터 중국의 영토였다.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중국인은 모두 중화민족 조상의 유산을 보호할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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