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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혜영 기자의 오후6詩] 윤동주의 '자화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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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집니다.
도로 가 들여다보니 사나이는 그대로 있습니다.
다시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그리워집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 추억처럼 사나이가 있습니다.

윤동주의 '自畵像(자화상)'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시인 윤동주의 시 '자화상'은 소년에서 어른이 되어 가는 자신을 돌아보는 자아성찰의 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시를 읽다보면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 보며 그리웠다 미웠다를 반복하는 작가를 만날 수 있습니다. 그 시대의 비극적 현실과 자기 연민이 교차하죠. 우물속에 비친 구름과 바람의 아름다운 모습이 작가 자신의 어두운 모습과 대조를 이루며 자신을 돌이켜보는 시간을 가지게 됩니다. 어두운 한 시대를 한 점 부끄럼 없이 살아 가기 바랬던 그의 모습이 담겨있는 시였습니다. 서울 종로에 윤동주 문학관이 있습니다. 건축에 이용한 물탱크 두 개 중 하나가 이 시의 우물을 형상화했다니 한번 찾아가 보세요.

강남통신 송혜영 기자 sincereh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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