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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힘 세진 '2개의 심장'…연비 좋은 하이브리드 살까 충전 편한 플러그인 좋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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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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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에 자동차 업계와 매니어들의 눈길은 지난 14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로 쏠렸다. 무대에 등장한 ‘아이오닉(IONIQ)’이란 신병기 때문이었다. 국산 최초의 ‘친환경 전용’ 모델로 현대자동차가 개발했다.

[궁금한 화요일] 친환경차 지금 산다면 …

 이런 콘셉트는 이름에 잘 녹아 있다. 전기적 결합·분리를 통해 에너지를 만드는 ‘이온(ION)’과 ‘독창성(UNIQUE)’이란 말을 더해 작명했다. 권문식 현대·기아차 연구개발본부장은 “2020년까지 친환경 차종을 22개로 늘려 글로벌 2위가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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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오닉은 ‘미래 모빌리티(Mobility·이동 수단)’ 시장을 선점하려는 자동차 업체들의 ‘기술 전쟁’을 상징한다. 독일의 카를 벤츠가 1886년 최초의 자동차인 ‘페이턴트 모터바겐’을 만든 뒤 가솔린·경유를 태우는 ‘내연 엔진’이 130년간 차 역사를 지배했다.

하지만 환경오염에 따라 ‘탄소 감축’이 시대정신으로 떠오르면서 내연기관도 위협받게 됐다. 자동차산업협회(KAMA) 관계자는 “각국 정부가 자동차 배출 가스량을 매년 4~5%씩 강화하면서 벌금을 매겨 업체들을 압박하는 추세”라고 강조했다.

심지어 ‘스모그 지옥’으로 불리는 중국마저 지난해엔 100㎞를 달릴 때 연료를 6.9L까지 소비토록 규제했지만 2020년부턴 이를 5.0L로 줄이도록 할 정도다.

 이런 흐름 속에서 마침 궤도에 오른 공학 기술을 등에 업고 나타난 ‘변종(變種)’이 바로 아이오닉 같은 ‘하이브리드(Hybrid)’차량이다. 내연 엔진과 전기 모터를 결합한 ‘2개의 심장’을 장착하면서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 전환’을 상징하고 있다.

 아이오닉은 친환경차 종합 브랜드다. 올해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와 전기차(EV) 모델로도 나온다. ‘친환경 3종 세트’를 동시다발로 갖춘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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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진화의 단계에서 보면 ‘내연기관→하이브리드→플러그인하이브리드→전기차’로 수준이 높아진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성장 단계를 얼마나 압축하고 고품질 기술을 양산화하느냐에 따라 거대 시장의 선점 여부가 갈린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JD파워는 현재 153만 대 수준인 ‘친환경 3종 세트’ 차량들이 2020년 500만 대로 불어날 걸로 내다봤다.

 일단 지금 시장은 혼돈기다. 각 종(種)의 모델이 뒤섞이면서 출현하고 있다. 지갑에서 큰돈을 꺼내야 하는 소비자 입장에서도 ‘종별 장단점’이 궁금하지만 워낙 변화가 빨라 헷갈릴 때가 많다.

 일단 ‘하이브리드’는 쉽게 말해 전기 모터가 ‘보조 동력’의 역할에 그친다고 보면 된다. <그래픽 참조> 전기의 힘을 적게 쓰는 만큼 배터리 크기도 0.9~1.8kWh로 작은 편이다. 모터도 소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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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이브리드만 해도 세 가지 시스템으로 나뉠 만큼 다양한 기술이 등장하고 있다. 먼저 ‘직렬 방식’의 경우 내연기관 엔진이 독자적으로 바퀴를 굴리지 않고 먼저 발전기를 움직이면 여기서 전기를 만들어 차를 움직인다. 힘의 흐름이 ‘내연 엔진→발전기→모터→바퀴’ 등 한 방향이기에 직렬로 부른다.

 반면 ‘병렬 방식’에선 엔진도 바퀴를 움직이고 전기 모터도 별도로 차를 움직인다. 조건에 따라 두 방식을 번갈아 사용할 수 있다. 아이오닉을 포함해 많은 차가 이 방식을 사용한다.

 아이오닉의 심장을 들여다보면 진화의 윤곽을 가늠할 수 있다. 먼저 최대 105마력을 내는 ‘가솔린엔진’이 바퀴를 구동할 수 있다. 기름을 태워 주행하는 기존의 승용차와 같은 원리다. 하지만 추가로 ‘영구자석형’ 전기 모터 시스템을 장착해 바퀴를 움직이는 데 힘을 보탠다.

모터로만 43마력의 힘을 낸다. 이 같은 두 개의 심장이 배터리 충전·주행 여건에 따라 독자적으로 또는 교대로 바퀴를 굴린다. 그만큼 기름을 덜 먹기 때문에 연비(L당 22㎞)가 좋고 환경에도 기여하는 장점이 있다.

 모터 만드는 것만 해도 쉬운 일은 아니다. 다양한 소재·기술이 필요하다. 영구자석만 해도 그렇다. 그냥 놔두면 자력이 떨어지는 일반 자석과 달리 존재량이 적은 ‘희토류(稀土類)’ 광물을 사용해 영구성을 띠게 해 효율성을 높였다.

희토류는 중국에 많고 가격이 비싼데, 친환경차 개발에 적극적인 일본 업체들이 이를 두고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이와 비교해 PHEV는 말 그대로 외부의 충전기에 ‘전원을 꽂아서’ 충전한 뒤 사용할 수 있는 차량이다. PHEV는 배터리가 4~16kWh로 커지고 발전기 덩치도 불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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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일 BMW가 만든 ‘i8’ 스포츠카도 플러그인하이브리드 방식이다. 국내엔 지난해 3월 출시됐다. 최대출력 231마력의 3기통 가솔린엔진과 131마력의 전기 모터를 장착했다는 점은 하이브리드와 비슷하다. 하지만 외부로 나온 플러그를 통해 쉽게 충전을 할 수 있다.

BMW 코리아 관계자는 “가정의 전원을 이용해도 세 시간 정도면 배터리 충전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 번 충전만으로 최대 37㎞를 주행할 수 있다.

 반면 EV는 엔진 없이 모터만으로 달리는 차량이다. 배터리는 10~30kWh의 대용량이다.

일본 닛산이 2010년 글로벌 시장에 내놓은 ‘리프’는 세계 최초의 양산형 전기차다. 지금까지 20만 대가 팔릴 만큼 인기를 누리고 있다. 공기를 정화하는 나뭇잎(Leaf)에서 따온 이름답게 ‘배출가스 제로(Zero Emission)’를 자랑한다. AC(교류) 전기 모터를 통해 최대 109마력의 출력을 낸다.

한국 닛산 김민조 팀장은 “100% 전기차이지만 6기통 3.5L 가솔린엔진 수준의 가속력을 발휘하는 성능을 구현했다”고 설명했다. 내연기관의 힘 없이 전기 모터로만 주행이 가능한 단계다. 수십㎞ 이내의 출퇴근용 운전자가 이런 차를 몰면 별도의 유류비 없이도 차를 굴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런 각축전은 시작일 뿐이다. 임채운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시장은 “중국의 경우 스모그가 심해 해결 방안으로 전기차를 대대적으로 보급하고 있다”며 친환경 차량의 잠재력을 강조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미래 친환경차 기술이 ▶뛰어난 연비를 구현하는 전용 엔진과 변속기 ▶고전압 배터리 팩 ▶고출력 모터 ▶충전 장비 개발 등에서 판가름 날 걸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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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아이오닉을 분해한 뒷모습. 점선 부분이 배터리로 차 앞 부위 모터에 전력을 공급한다.

현대차 중앙연구소에서 수소연료전지 차량의 개발을 주도한 임태원 소장은 “국내의 경우 기초 기술에서 글로벌 선두 업체들과 아직 차이가 난다”며 “소재와 시스템 개발이 중요한데 물리학·화학 등의 전문가가 많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용수 LG경제연구원 뉴프론티어센터장은 “세계 에너지 패러다임의 변화는 물론 한국의 중장기 에너지 수급 구조 때문이라도 친환경 자동차와 2차 전지(배터리) 등의 산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준술 기자 jso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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