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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view &] 초저금리 시대에 돈 불리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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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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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영구 은행연합회장

새해 벽두부터 주식시장에 무서운 파열음이 들린다. 위안화 평가절하와 중국경제가 심상치 않다는 이유로 중국 주식시장은 개장 첫날과 셋째 날 연이어 7% 이상 급락했다. 전세계 주식시장이 동반 하락하면서 연초 닷새 동안만 5000조원의 돈이 증발했다.

 세계적인 투자은행인 골드먼삭스는 올해 중국주식이 30% 이상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며 나락으로 떨어졌던 미국 주식시장은 2009년 이후 승승장구했으나 지난해에는 옆걸음치며 하락마감했다. 같은 기간 전세계 헤지펀드의 평균 수익률도 마이너스 3%를 기록했다.

 이렇다 보니 요즘 투자해서 재미를 봤다는 사람이 없다. 주식은 그렇다 치고 원자재 펀드는 반토막, 원유결합파생증권은 80%를 날렸다. 채권투자자 역시 결과가 신통치 않다. 하이일드 채권은 미국의 양적완화 중단에 이은 기준금리 인상으로 시장의 유동성이 말라붙어 큰 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그나마 안전하게 투자한다고 금리가 높은 브라질이나 러시아 국채를 매입한 투자자도 환차손으로 원금의 3분의 1을 날렸다. 한마디로 수익을 내기 어려운 시장이다. 최근 해외 헤지펀드가 스스로 문을 닫는 경우가 빈번하다. 신흥국 투자로 지난 20년간 연평균 18%의 수익을 내며 승승장구하던 세계적인 헤지펀드가 투자결정이 너무 어렵다며 올 초에 문을 닫았다고 한다.

 이처럼 투자가 어려운 이유를 종합해보면 디플레이션의 어두운 그림자가 스멀거리는 어려운 경제상황과 저금리가 근본적인 원인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세계 경제가 대공황에 버금가는 위기를 맞은지 10년 가까이 되었지만 미국에서 시작된 위기가 유럽으로 전이되고 이제는 중국과 신흥국으로 번지면서 글로벌 금융위기가 여전히 진행형이다. 미국이 위기극복을 위해 무제한으로 공급했던 유동성을 회수하면서 워런 버핏의 말대로 썰물이 빠졌을 때 누가 발가벗고 헤엄쳤는지 알 수 있게 됐다. 현재 자원 의존국가와 해외채무를 많이 지고 있는 신흥경제국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국은 중국대로 세계의 공장으로서 지나친 투자로 만들어진 과잉 생산설비뿐 아니라 경제구조 자체를 구조조정 해야하는 상황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연말 무디스가 한국의 신용등급을 역사상 가장 높은 Aa2로 상향했지만 현재의 경제상황은 녹록지 않다. 중국의 기술력이 한국을 추월해오고 있으며 일본은 엔저에 힘입어 가격으로 압박하고 있다. 중국의 구조조정 대상 산업이 대부분 한국의 주력산업과 중복된다는 점도 걱정거리다.

 어려운 경제상황 이외에도 일부 유럽국가의 마이너스 금리에서 보듯이 초저금리 상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주요 경제국 간에 금리의 방향성이 달라지고 금융정책 또한 탈동조화 현상을 보여 시장예측을 어렵게 하고 있다. 여기에 레버리지를 활용한 주식이나 실물 연계 파생상품이 일반화되면서 이들의 가격 변동성이 확대되고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또 세계경제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간 종교 갈등, 미국과 중국 간 군사경제적 샅바 싸움, 변덕스러운 러시아 정부 등과 같은 정치적 변수에 크게 노출되면서 경제나 기업분석에 합리적 모델이 작동하지 않아 투자 결정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처럼 변동성은 확대되고 예측가능성은 떨어져 투자하기 어려울 때는 초심으로 돌아가 몇 가지 투자 원칙을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우선 리스크 관리를 위해서는 채권은 초우량채권, 주식은 블루칩, 통화는 안전통화로 가는 것이 답이다. 둘째로 초저금리 시대에 맞게 기대수익률을 대폭 낮춰야 한다. 낮은 수익에 만족하고 과거의 고수익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셋째는 정기적인 현금 흐름이 있는 곳에 투자하는 것이 중요하다. 배당주나 우선주가 인기를 끄는 이유가 여기 있다. 현금이 안 들어와도 무조건 묻어두고 대박을 기다렸다가는 쪽박 차기 십상이다. 넷째는 변동성이 높은 시장에서 변동성을 적으로 생각해서는 기회가 없다. 변동성에 겁먹어 부화뇌동하지 말고 반대편에 서서 이를 활용해야 한다. 끝으로 장기적 안목에서 전문가에게 맡기고 포트폴리오를 보다 다양하고 글로벌하게 구성하는 것이 요구되는 시기다.

하영구 은행연합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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