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부탁해] 남들은 어떻게 꾸며놓고 살까…‘쿡방’ 이어 ‘집방’ 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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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헌 집 줄 게 새 집 다오’에서 황재근·홍석천. [사진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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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방(집 꾸미기 방송)’은 요즘 TV의 새로운 트렌드다.

JTBC ‘헌 집 줄게…’ tvN ‘내 방의…’
나만의 공간, 내손으로 꾸며보자
“집 장만 힘든 젊은세대 현실 반영”
“스튜디오서 재현, 실제와 차이” 지적

JTBC ‘헌 집 줄게 새 집 다오’(목요일 오후 9시 30분. 이하 헌집새집), tvN ‘내 방의 품격’(수요일 오후 11시)처럼 저비용의 셀프인테리어에 초점 맞춰, 실용정보와 함께 소개하는 예능프로가 이어지고 있다. 경제부 부동산팀장 안장원 기자, 문화부 건축담당 한은화 기자, 방송담당 이후남 기자가 TV의 안과 밖을 아울러 집방의 특징과 배경을 짚었다.

 이 중 지난달초 먼저 시작한 ‘헌집새집’은 연예인의 실제 방을 스튜디오에 재현, 이를 두 팀이 방 주인에 맞춤하게 새 단장한 뒤 주인의 선택으로 승자를 가리는 게임 형식이다.

뒤이어 시작한 ‘내 방의 품격’은 연예인들과 함께 ‘방스타’로 불리는 일반인이 스튜디오에 출연, 직접 꾸민 자신의 집·방을 소개하고 구체적인 팁을 시연한다.

방식은 다르지만 새로워진 공간과 구체적인 정보를 통해 “대리만족과 간접체험”(안장원 기자), “오락과 정보”(이후남 기자)를 고루 전달하는 점은 같다. ‘저비용’을 추구하는 것도 공통이다.

‘헌집새집’은 99만원을 기준으로 의뢰인의 지불의사를 반영해 각 팀의 인테리어 예산을 정한다. ‘내 방의 품격’에 나오는 방스타들은 대부분의 전문가가 예상한 것보다 훨씬 낮은 인테리어 비용을 써 감탄을 자아낸다.

 이런 집방의 부상에는 달라진 시대상, 특히 “주택에 대한 패러다임 변화, 인식 변화”(안장원 기자)가 자리한다는 분석이다.

“예전에는 집을 사서 돈을 버는, 즉 사용가치보다 교환가치 중심이었다면 지금은 주택시장도 저성장 시대에 접어들어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보다는 ‘내가 편하게 살 집’이 관심사”란 것이다. 특히 젊은 세대일수록 그렇다. 전세나 월세는 물론 싱글남녀 혼자만의 공간도 공들여 고치고 꾸미는 이들이 적지 않다.

‘내 방의 품격’에 소개된 일반인 블로거 ‘기린아줌마’가 직접 꾸민 거실. [사진 CJ 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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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집방 프로도 이같은 공간을 빈번하게 다룬다. 이는 한편으로 “전에는 돈을 더 모으면 나도 집을 살 수 있다, 새 집에 살 수 있다는 기대가 있었다면 이제는 그렇지 않다는 현실을 젊은 세대가 인식한 결과”(한은화 기자)라는 의견이다.

과거 ‘러브하우스’(MBC)같은 프로가 “집을 통째로”, “불우이웃돕기 차원에서” 고쳐주던 것과 달리 “사는 사람의 ‘취향’”, 그리고 “‘집’보다 ‘방’에 초점이 맞춰진다.”(한은화 기자)

 집방의 또다른 키워드인 ‘셀프’ 역시 시대 흐름의 반영으로 보인다. “요즘은 인건비도 비싼”(이후남 기자)데다가, 젊은 층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제품에 의존하지 않고 직접 만들어 보기”(안장원 기자), “기존 브랜드에 얽매이지 않고 나만의 취향과 만족을 추구하는 것”(한은화 기자)이 새로운 트렌드로 확산되는 추세다.

이런 이들에게 ‘DIY(Do It Yoursef)’는 불편이 아니라 재미다. “버리고 새 것을 사자, 가 아니라 내가 몸을 움직여 고치고 만드는 것의 가치”(한은화 기자)를 소중히 여기고, “별별 소품을 인테리어에 활용하는 맥가이버적 발상(안장원 기자)”을 높이 평가한다는 것이다.

더구나 인터넷 블로그나 SNS를 통해 인테리어도 얼마든 솜씨를 자랑할 수 있는 시대다. 그래서 “요리가 그랬듯, 인테리어도 취미가 되고 있다”(안장원 기자)는 분석이다.

 다만 두 프로의 구체적인 방식에는 평가가 엇갈렸다. ‘내 방의 품격’은 “제품 구입처·가격 등 상세한 정보”(한은화 기자)가 장점인 반면 “작업이 왼료된 상태 위주로 보여주는 것”(안장원 기자)이 한계로 지적됐다.

반대로 ‘헌집새집’은 “작업 진행 과정이 공개되는 것”(안장원 기자)이 장점이지만 “스튜디오에서 아무리 잘 재현해도 실제 방이 아니라는”(한은화 기자)게 한계다.

‘내 방의 품격’은 인테리어 전문가의 역할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높은 가격을 제시했다가 (방스타의 실제 비용을 듣고) 감탄하는 게 전부”(한은화 기자)라서 “전문가와 시장 가격에 대한 불신”(안장원 기자)을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참고로 집방을 따라하기 전에 “구조변경 등은 집주인의 동의를 받아야 하고, 원상복구가 의무”(안장원 기자)인 현실도 감안해야 한다.

  정리=이후남 기자 hoon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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