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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도서관 면학 분위기 지키는 '관정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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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관정도서관 [사진제공=전호성 객원기자]

취업 준비를 위해 학교 관정도서관을 찾은 서울대 재학생 이모(23)씨는 맞은 편에 앉은 학생이 자꾸만 신경 쓰였다. 이 학생은 계속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내며 과자를 먹었다. 웬만하면 참고 넘어가려 했지만 공부에 집중하지 못할 정도로 계속 소리가 났고 과자 냄새까지 이씨를 괴롭혔다. 결국 이씨는 휴대전화를 꺼내 ‘카카오톡 친구’에게 신고 메시지를 보냈다.

00번 자리에서 나는 과자 봉지 소리 때문에 공부에 집중을 할 수가 없어요.”

잠시 후 도서관 직원이 나타났다. 직원은 과자를 먹던 학생에게 주의를 줬다.

“처리됐습니다”, 답문이 날아오는덴 8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이씨와 카카오톡 대화를 나눈 상대는 ‘서울대 관정톡’이었다.

서울대는 지난해 4월부터 카카오톡을 활용한 도서관 민원ㆍ안내 서비스인 관정톡을 운영 중이다. 지난해 2월 개관한 서울대 관정도서관에서 이름을 땄다.

도서관 이용 중 요구사항이 생기면 도서관 측에 카카오톡으로 실시간으로 전달하는 방식이다. 직원 4명이 번갈아가며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직접 답을 하고 민원을 처리해준다.

서울대에 따르면 24일 오후 2시를 기준으로 1628명이 관정톡에 친구 등록을 했다. 서울대 학부생 정원의 10%를 웃도는 수치다.

하루 평균 이용건수는 20~30여건. 도서관 관계자는 “‘난방을 좀 더 세게 해달라’는 등의 요구뿐 아니라 (이씨처럼) 도서관 규칙 위반자를 신고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음식을 먹거나 큰 소리를 내는 등 규칙 위반 신고가 들어오면 도서관 측은 사실 여부를 확인한 뒤 해당 이용자에게 1차 경고 메시지를 보낸다. 같은 이유로 또다시 적발되면 10일 이내의 도서관 이용제한 처분을 내린다.

서울대 온라인 커뮤니티인 ‘스누라이프’엔 실제 신고를 했다는 내용의 글이 다수 올라와 있었다.

학생들은 대체로 호의적인 반응이다. 인문대생 박모(24)씨는 “도서관에서 공부하면서 손쉽게 카톡으로 민원을 처리할 수 있어서 좋다”며 “특히 사람이 많은 시험기간에 면학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유용하다”고 말했다.

생활과학대에 다니는 이모(23)씨는 “관정톡 덕분에 학생들이 서로 조심해가며 매너를 지키는 분위기가 생긴 것 같다. 다른 단과대 도서관으로도 비슷한 서비스가 확장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관정톡이 학생들 사이에 불필요한 불화를 키운다는 지적도 나온다. 수의대에 다니는 김모(21)씨는 “신고가 쉽다보니 작은 일로도 신고 되는 경우가 가끔 있는 것 같다”며 “텀블러에 물을 담아 마셔도 혹시 누가 음식을 먹는다고 신고하지 않을지까 무척 신경 쓰인다”고 말했다.

대학들은 관정톡과 유사한 메시지 서비스를 늘려가는 추세다. 경희대 국제도서관, 연세대 원주캠퍼스 도서관 등이 대표적이다. 경희대 관계자는 “서울대 사례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지난해 9월부터 서비스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공다훈 기자 kong.da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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