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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장 수출 감소, 더 걱정되는건 대책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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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3호 31면

연초 벽두부터 수출이 심상치 않다. 1월 1일부터 10일까지 수출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22.5%나 감소한 것으로 관세청이 발표했다. 수출이 전년도 같은 기간에 비해 감소하기 시작한 것은 2014년 3분기부터였으니까 2015년까지만 봐도 연속 6분기 수출이 감소한 셈이다. 이는 한국 경제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과거에도 5분기 연속 수출이 감소한 적은 두 번 있었다. 1982년 1분기에서 83년 1분기까지와 2001년 1분기에서 2002년 1분기까지다. 97년 외환위기나 2008년 금융위기 때에도 수출은 연속 4분기 감소에 그쳤을 뿐이다. 만약 올 1분기 혹은 그 이후까지 수출이 감소한다면 계속해서 신기록을 수립하는 셈이다. 수출 감소가 오래 지속된 결과 2015년 수출은 2012년 수출보다도 10% 이상 줄어들어 2011년 수준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지역별로 보면 모든 지역으로의 수출이 감소하고 있다. 2015년 지역별 수출은 2014년에 비해 미국 0.6%, 캐나다 6%, 일본 20.5%, 중국 5.6%, 유렵연합(EU) 6.9%, 동남아 7.6%, 중동 12.5%, 중남미 14.6%, 러시아 49.9%, 동유럽 15.3% 등이 줄어들었다. 전 세계 교역규모가 줄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도 우리나라 수출 부진은 심각한 수준이다.정부에서는 석유화학 제품의 수출이 대폭 감소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설명하지만 실제로는 거의 모든 품목에 걸쳐 수출액 감소가 나타나는 것을 알 수 있다. 2015년 품목별 수출 실적을 보면 타이어(-16.2%)·섬유사(-11.1%)·직물(-9.6%)·종이류(-9.7%) 등의 수출 감소에 따라 경공업 제품 수출은 8.4% 줄었다. 철강(-12.8%)·무선통신기기(-14.1%)·가전제품(-19.7%)·자동차(-6.8%)·자동차부품(-4.1%) 등을 포함한 중화학 제품도 4.9% 감소했다. 수출이 증가한 품목은 반도체(0.5%)·선박(0.3%) 등 일부에 불과했다. 수출 부진이 전 지역, 전 품목에 걸쳐 광범위하게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수출이 이렇게 오래도록 감소하게 되면 기업들은 일차적으로 국내 생산설비에 대한 재투자를 중단하게 되고 결국에 가서는 폐업하거나 설비를 감축하여 다른 국가로 옮기게 된다. 자유무역협정(FTA)은 관세 인하 규정이 기본적으로 들어가지만 양국간 투자자유화 관련 내용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무역을 증진시키기는 효과와 함께 생산 설비의 이동을 촉진하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2010년 이후의 국내 설비투자 부진과 해외 직접투자 확대의 이면에는 FTA의 확대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봐야 한다.


이처럼 전 지역, 전 품목에 걸친 유례없는 장기간의 수출부진에도 불구하고 정책당국의 인식은 놀라우리만큼 태연하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유가 하락에 따른 수출단가 하락’ 때문이라고 변명하더니 더 나아가 수출 물량은 늘어난다거나, 다른 국가들 보다 수출 감소율 폭이 낮다거나, 심지어 세계수출 순위에서 프랑스를 제치고 한 계단 상승(7위→6위) 했음을 자화자찬하기도 했다(2015년 7월 1일자 산업통상자원부 자료).


정부당국의 안일한 현상 인식은 안일한 해법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지난해 초에 나온 ‘2015년 해외진출 촉진 업무계획(3대 분야 6대 전략)’은 해외진출 다변화, 내수기업의 수출기업화 촉진, 전자상거래 등 새로운 수출방식 활성화라는 전혀 새로울 것이 없는 틀에 박힌 내용이 전부였다. 4월의 수출활성화 대책이나 7월의 제8차 무역투자진흥회의 대책도 말하자면, 민간 기업들이 주력품목 경쟁력 제고를 위해 91조원의 설비투자를 2016년까지 단행하면 정부 차원에서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돕겠다’는 것이다.


며칠 전 나온 유일호 경제팀의 2016년 업무보고 내용도 공허하긴 마찬가지다. 제목부터 새로울 것도 없고 위기감도 전혀 묻어나지 않는 ‘내수·수출 균형’으로 잡았다. 이건 이미 2014년 2월25일 나온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세 번째 꼭지였다. 그리고 그 내용도 김치·쌀·연어 등 프리미엄 농수산물 수출을 확대하고, 정상 외교를 활용한 프로젝트 수주에 총력하며, 화장품이나 패션·의류 등 5대 유망 소비재를 집중 지원한다는 등이다.


내수기업의 수출기업화라든가 주력산업 고부가가치화와 같은 틀에 박힌 대책은 그렇다손 치더라도 해외 산업단지 조성을 통한 기업의 해외 진출을 지원한다는 데에 이르러서는 실소를 금할 수가 없다. 수출이 안 되니까 기업더러 해외로 나가라는 얘기 아닌가. 그러면 국내 일자리는 누가 키운다는 말인가?


신세돈


숙명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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