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IoT, 혼자선 힘들어…“정부·기업, 협업 고속도로 만들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7면

사물인터넷(IoT) 패권을 놓고 벌이는 기업 간 전쟁이 국가 간 전쟁으로 확산하고 있다.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세계 주요 국가가 IoT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아 앞다퉈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 신성장 동력 10 <5> 사물인터넷
춘추전국시대, 패권 잡으려면

 미국은 국가경쟁력에 영향을 미칠 기술로 IoT를 선정해 로드맵을 이어 가고 있다. 구글·애플 등 자국 글로벌 플레이어를 앞세워 IoT를 통한 제조업 부활을 꿈꾼다.

독일은 ‘인더스트리 4.0’이란 프로젝트를 통해 산업 IoT로 생산성을 30% 향상하겠다는 전략이다. 무서운 기세로 정보통신기술(ICT) 국가로 성장한 중국은 ‘인터넷 플러스’를 통해 중국 전역에 193개의 시범단지를 세우겠다고 발표했다.

 한국도 이 대열에 합류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풍족한 ICT 기반기술, IT 친화적 국민 특성이 IoT 산업에 장점이 될 수 있다며 2020년까지의 개발 계획을 수립했다.

 가트너는 애플이 iOS 기반의 스마트폰을 선보여 충격을 주었을 때처럼 혁신적인 IoT 기술이 등장할 시점을 향후 5년 이내로 전망하고 있다.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까.

이 기간 내 국내에서 해외에서도 경쟁력이 있는 IoT 서비스나 플랫폼이 하나쯤은 나와야 한다. 하지만 업계의 움직임은 아직 더디다. 기술 상징성이 큰 스마트 홈 서비스 부문에선 이동통신 3사의 IoT 홈 서비스 외엔 눈에 띄는 사례가 없다.

 특히 IoT 산업 확산에 필수인 상생과 협업의 경험이 짧다는 점이 건전한 IoT 생태계를 위협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의 경우 기업체 간 대등한 네트워크와 협업의 역사가 길다.

스타트업이 개발한 아이디어가 필요할 때 프리미엄을 얹어 인수합병(M&A)하는 것이 당연하다.

구글은 2014년 학습형 온도조절기 네스트랩스를 32억 달러(3조7000억원)에 인수했다. 과도한 금액이라는 반응도 나왔지만 구글은 이 업체를 스마트 홈 IoT의 대표 기업으로 키우고 있다.

 한국에선 여전히 이런 풍토가 낯설다. 스타트업 펫핏의 김용현 대표는 “스타트업이 멋모르고 대기업과 협력했다가 아이디어만 뺏길 수 있다는 불안감이 많다”고 털어놓았다.

 KT 경제연구소 김희수 상무는 “수직적이고 폐쇄적인 기업문화가 상당 기간 지속돼 왔다는 점이 IoT 산업의 필수인 자유로운 토론과 도전을 방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홍현숙 인터넷진흥원 IoT 혁신센터장은 “IoT는 여러 기업이 연합해야 제대로 된 기술이나 서비스가 나올 수 있다”며 “정부와 기업이 초기 시장을 견인할 프로젝트 고속도로를 만드는 방안도 있다”고 제안했다.

정부가 창의적인 협업을 통해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기업에 현실적인 인센티브를 줄 수도 있다. 기업이 공동으로 ▶IoT플랫폼 ▶산업 IoT ▶홈 IoT 등의 프로젝트를 수행하거나, 프로젝트별로 관련 대기업·중소기업·연구기관을 매칭할 수도 있다.

 미국 GE의 경우 자사의 생산시설에 IoT 기술을 연결해 ‘생각하는 공장(Brillant Factories)’ 개념을 완성하고 이 경험을 바탕으로 IoT를 각 산업에 맞춤 제공하는 산업 특화 서비스 ‘프레딕스’를 발표했다.

GE의 성공 사례는 미국 산업계 전반에 자극이 됐다. GE는 이 플랫폼을 볼보와 P&G에 파는 등 새 영역을 개척하고 있다.


▶관련기사
①옷 골라주는 거울 … IoT 잡아라
②“심박수 110” 속옷이 건강 이상 바로 알려준다
③미리 막고, 울타리 치고, 기준 없고…“규제 트라이앵글 깨뜨려 달라”

 전성태 사물인터넷협회 본부장은 “이런저런 IoT 청사진이 나오지만 대기업 스스로 작업 환경을 IoT로 바꾸려는 시도는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전체 제조업에서 IoT 기술 활용 비율은 지난해 기준 5.6%에 그쳤다.

  과감한 도전을 주문하는 전문가들도 있었다. 핵심 센서 부문의 국제 경쟁력을 키워야 하는 것도 과제다. IoT의 핵심 기술인 이미지센싱 기술, 통신센싱·액추에이션 기술은 선진국과 3년 정도 격차가 있다. 또 IoT 관련 보안 기술을 끌어올리는 것도 숙제다.

 법과 제도의 경직성, 도전을 가로막는 규제는 IoT 산업에서도 걸림돌이다. 주차 공유 서비스 ‘모두의 주차장’의 강수남 대표는 “현장에선 주무 부처, 지자체의 시각이 달라 진행이 막힐 때가 있다”며 “논의되고 있는 IoT 특별법 제정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전영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