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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우주를 탐색하는 왕방울 소녀, 마리킴 개인전 ‘SETI’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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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아트 작가 마리킴의 개인전 ‘SETI’가 열리고 있는 삼청로 학고재갤러리 전시실. SETI는 ‘Search for Extra-Terrestrial’의 약자다. 커다른 눈을 가진 작품 속 주인공 ‘아이돌’이 응시하는 건 뭘까. [사진 학고재갤러리]

아이돌(Idol)이 아니라 아이돌(Eyedoll)이다. 팝아트 작가 마리킴(38)이 창조한 눈이 큰 아이 ‘아이돌’은 나름 진화를 계속해왔다. 무표정한 단순 색상의 ‘창세기’로부터 화려한 개성파 패셔니스타 ‘현재’로, 다시 생략과 과감한 추상화 과정이 외계인을 연상케 하는 ‘미래’로 나아간다. 어린애 같은 작은 몸매에 왕방울만한 큼직한 눈으로 정면을 응시하는 소녀는 한 번 보면 잊을 수 없는 힘으로 보는 이를 사로잡는다. 사람을 빨아들일 듯 형형색색 빛나는 그 눈은 무엇을 찾고 있는 것일까.

 서울 삼청로 학고재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마리킴의 신작 발표회 제목은 ‘SETI’다. ‘Search for Extra-Terrestrial’의 약자다. NASA(미국 항공 우주국)가 추진하고 있는 ‘외계 지적 생명체 탐사’ 프로젝트에서 빌려왔지만 마리킴 나름의 철학을 접목시켰다. 세상을 바라보는 창으로서의 눈을 강조한 아이돌의 시야를 창세기부터 우주까지 넓혔다.

 이번 전시회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회화와 네온을 접목한 시도다. “현대미술에서 좋고 아름답고 기발한 재료를 저의 미술로 다 표현하고 사용하고 싶다”는 당당한 발언이 작가 근성을 보여준다. 앞으로 ‘아이돌’ 로봇 제작에도 나설 계획이라니 과학과 예술의 접목이 보여줄 새 결과가 기대된다.

 마리킴은 2011년 그룹 2NE1 앨범 표지와 뮤직비디오 연출로 이름을 알렸다. 미대를 나오지 않은 이른바 ‘비주류’ 작가로서의 엉뚱한 상상력을 자신의 힘으로 여긴다. 어린 시절부터 관습적인 미술공부를 하지 않은 것이 오늘의 마리킴을 만들었다고 말할 정도다. 한물 갔다고 볼 수 있는 팝아트를 불러내 뒷북을 치면서도 당당하게 제 스타일을 꾸준히 밀고나가는 뚝심이 그의 장점이다. 호주 로열멜버른 공과대학에서 크리에이티브 미디어 분야의 애니메이션 장르를 전공했다. “항상 새롭고 남다른 것을 하고 싶다”는 그의 차별화된 시선이야말로 자신이 만든 아이돌의 괴기한 눈이 상징하고 있는 것 아닐까. 전시는 2월 24일까지. 02-720-1524.

정재숙 문화전문기자 johan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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