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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는 지금 꿩 3000마리 사냥 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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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냥 경력 32년째인 류석대(58·경주시 성건동)씨는 지난 16일부터 울릉도에서 꿩 소탕 작전을 벌이고 있다. 울릉군이 꿩 개체수가 급증해 명이·취나물 등 농작물이 막대한 피해를 입는다며 도움을 요청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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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 꿩. [사진 울릉군]

박성호 울릉군 환경지질계장은 "꿩이 지나간 나물밭은 쑥대밭이 될 정도"라고 말했다. 그동안은 울릉군의 엽사들이 나섰으나 역부족이었다. 야생생물관리협회 대구경북지부장을 맡고 있는 류씨는 베테랑 회원 6명에다 사냥개까지 이끌고 요즘 울릉도의 산과 들을 누비고 있다. 울릉군의 '유해야생동물 피해방지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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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엽사들이 잡은 꿩. [사진 울릉군]

이들은 첫날 북면 등지에서 꿩 30마리를 시작으로 3일 동안 70여 마리를 잡았다. 울릉도에서 꿩 사냥을 처음 해본 이들은 육지의 꿩과 너무 다른데 놀랐다.

울릉도 꿩은 뱃속을 갈라 보니 먹이는 온통 나물뿐이었다. 육지의 꿩은 주로 콩이나 나락·열매·옥수수 등을 먹고 나물은 아예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이곳 꿩은 비둘기보다 조금 더 클 정도로 몸집이 왜소하고 부실했다.

또 울릉도 꿩은 지금 싹이 올라오는 명이나 취나물 밭 주변에 20∼30마리가 떼지어 있었다. 그것도 수컷 장끼는 두어 마리뿐이고 대부분은 까투리였다고 한다. 류 지부장은 "화려해서 눈에 잘 띄는 장끼가 많이 잡혔기 때문일 것"이라며 "그게 번식량을 크게 늘린 요인이 된 것 같다"고 분석했다.

거기다 울릉도에는 멧돼지가 한 마리도 없다. 뱀도 없다. 꿩의 천적이 전무한 것이다. 이들은 또 울릉도에서 자취를 감췄다는 까치를 목격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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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사가 사냥개와 함께 꿩을 사냥하고 있다. [사진 울릉군]

울릉군은 한겨울 야외 활동이나 입산이 뜸한 다음달 5일까지 꿩 사냥을 벌인다. 이후엔 산에서 고로쇠 채취가 시작된다. 울릉군은 올해 육지에서 초청한 7명과 울릉군 자체 엽사 5명 등을 동원해 꿩 3000마리를 잡는다는 계획이다.

류 지부장은 "개체수를 줄여야 농작물 피해를 줄이는 것은 물론 꿩의 생태계도 건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송의호 기자 yee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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