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40%, 여성전공의71% 원할 때 임신 못해”

중앙일보

입력

간호사와 전공의 등 여성 보건의료업계 종사자들이 주변의 압박과 눈치에 시달려 임신시기조차 마음대로 결정하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해 5월부터 6개월간 전국 12개 병원의 여성 보건인력(간호사·간호조무사·전공의) 1130명을 대상으로 한 인권상황 실태조사 결과를 19일 발표했다.

조사에 따르면 간호직군(간호사·간호조무사)의 39.5%는 눈치가 보여 임신시기를 자유롭게 결정하지 못한다고 답했다. 여성전공의의 경우 상황은 더욱 심각해 응답자의 71.4%가 원하는 시기에 임신을 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여성 보건인력 중 상당수는 법에서 보장한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의 권리조차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상황으로 조사됐다. 여성전공의 중 출산휴가를 사용한 비율은 79.7%에 그쳤고, 육아휴직은 절반 수준인 52.6%만 사용하는 데 그쳤다. 또 임신기간 야간(오후 10시~오전 6시) 근무의 강제성을 묻는 질문에는 간호직군의 59.8%, 여성전공의 76.7%가 ‘자발성이 없었다’고 답했다.

병원 내 물리적·언어적 폭력과 성희롱도 심각한 상황인 것으로 드러났다. 간호직군의 11.7%가 신체폭력을, 44.8%가 언어폭력을, 6.7%가 성희롱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여성전공의도 각각 14.5%(신체폭력), 55.2%(언어폭력), 16.7%(성희롱)의 비율로 각종 폭력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권위는 “폭력과 성희롱 경험은 직장만족도를 떨어뜨리고 우울증,간호오류 등을 야기할 수 있다”며 “의료기관 내에서 폭력과 성희롱 예방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의료서비스의 질적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