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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쯔위 사태, 중국-대만 관계 악재로…JYP 중국 활동 자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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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걸그룹 트와이스의 대만 출신 멤버 쯔위

“누구도 대만 정체성으로 사과할 필요 없다. 억압은 양안 관계의 안정을 파괴할 것이다.”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 당선인이 한국의 걸그룹 트와이스의 대만 출신 멤버 쯔위(중국명 저우쯔위·周子瑜·17) 사건을 놓고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어린 소녀 가수가 대만 깃발을 흔들다 수난을 당하는 모습이 대만 정체성과 자존심을 건드린 상징적 사건으로 비화하고 있다.

차이 당선인은 16일 당선 직후 가진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이 사건은 나에게 국가를 강력하게 만들고 외부에 일치단결시키는 것이 차기 중화민국 총통으로 가장 중요한 책무라는 것을 영원히 일깨워 줄 것”이라며 향후 수립할 양안정책에 영향을 끼칠 것임을 암시했다.

쯔위 사건은 지난 8일 줄곧 대만독립을 반대해 온 대만 가수 황안(黃安·53)이 지난해 11월 한국 방송에 출연해 대만 깃발을 흔드는 쯔위의 모습을 뒤늦게 폭로하면서 불거졌다. 중국은 즉시 “대만 독립을 지지하는 거냐”며 쯔위의 중국 내 활동을 금지시켰고 JYP엔터테인먼트는 소속 일부 가수의 중국 활동을 중지했다. 8일 주당 4760원이던 쯔위의 소속사 JYP의 주가는 15일 하루 만에 5.37% 폭락해 4140원으로 떨어지면서 시가총액 78억원이 증발했다.

쯔위는 15일 유튜브와 중국 동영상 사이트에 자신의 행동을 사과하는 1분27초 길이의 사과 영상을 올리고 박진영 JYP 대표는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다. 유튜브 영상은 게재 이틀 만에 480여만건의 조회수와 좋아요 2만, 반대 32만여 건을 기록하면서 파문을 일으켰다.

쯔위와 박진영 대표의 사과가 나오자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공식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에 “‘대만 독립세력’에 대한 대륙 네티즌의 완승”이라며 환호했다. 하지만 검은 옷을 입고 초췌하게 고개 숙이는 쯔위의 영상은 대만 총통 선거의 막판 최대 이슈로 떠올랐다. 홍콩 명보는 17일 “연약한 소녀 쯔위가 당한 수난이 유권자의 적개심을 불러일으켜 2004년 총통선거의 천수이볜(陳水扁) 저격 사건 이상의 위력을 발휘했다”고 보도했다. 대만 연합보는 “‘쯔위 사건’이 차이잉원 득표율을 1~2%포인트 상승시켰다”고 분석했다.

중국도 사건이 양안 국민감정 다툼으로 확대되자 진화에 나섰다. 대만 업무를 총괄하는 당 중앙 대만판공실은 16일 담화를 내고 “일부 정치세력이 이 사건을 이용해 국민감정을 도발하고 있다”며 “대만 대륙위원회와 사태 해결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마잉주(馬英九) 현 총통 역시 “사과할 필요 없다. 우리는 그녀를 지지한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대만 외교부는 주한대만대표처를 통해 JYP에 대만의 강경한 불만을 전달했다.

쯔위 사건에 대한 대만인의 분노는 JYP와 사건을 처음 폭로한 가수 황안으로 집중되고 있다. 국제 해커조직인 어나니머스의 대만분국(Anonymous TW)은 페이스북을 통해 JYP 공식 사이트를 공격하겠다고 선언했다. 대만 네티즌은 “JYP가 황안이 틀어놓은 음악에 맞춰 춤춘 꼴이 됐다”고 비난했다.

한편 차이 당선인과 중국은 향후 양안관계에 대해 ‘현상 유지’를 강조했지만 속내는 달랐다. 차이잉원은 “’현상유지’는 내가 대만인과 국제사회에 하는 약속”이라며 “반드시 말한 대로 행동할 것이며 중국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도발하지 않으며 의외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만과 중국으로 분리된 현상황을 바꾸지 않겠다는 의미다. 중국은 차이잉원의 당선이 확정되자 대만판공실 성명을 통해 “중국의 대만정책은 ’92년 컨센서스(‘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되 각자 명칭을 사용하기로 한 합의)’를 견지하고 ‘대만 독립’에 반대한다는 입장에 변화가 없다”며 새로 들어설 민진당 정권이 국민당과 체결했던 기존 합의를 준수할 것을 강요했다.

미국은 17일 윌리엄 번스 전 국무부 부장관을 미국재대만협회(AIT) 초청 형식으로 대만에 파견해 향후 양자 관계를 논의했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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