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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NG] 안산 고교생이 본 영화 ‘나쁜 나라’ GV

T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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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산부곡고

2014년 4월 16일 진도 앞바다에서 발생한 ‘세월호’ 침몰 참사는 대한민국의 어두운 이면을 보여주는 비극이었다. 세월호는 남아있는 가족들에게도 평생 지고 가야 할 상처를 안겨줬다. 그들의 질문은 단 하나, 내 아이가 왜 죽었는지 알고 싶다는 것. 하지만 그 진실은 1년이 지나도 밝혀지지 않고 있다.

"안산 사는 10대로서 이 영화는 꼭 봐야한다고 생각했고..."

지난해 12월 3일 개봉한 영화 ‘나쁜 나라’는 세월호 참사 이후 유가족들의 삶과 1년간의 진상 규명 투쟁을 기록한 영화다. 하지만 우리나라 최대 멀티플렉스 체인인 CJ CGV와 롯데시네마에서는 ‘나쁜 나라’를 만나볼 수 없다. 독립영화를 전문으로 다루는 소수의 영화관에서만 상영되고 있다. 개봉 역시 힘들었지만 희망의 끈이 보이기 시작한 건 티켓 기부가 시작되면서다. 대구독립영화전문관 오오극장에서 ‘나쁜 나라’를 본 익명의 관객이 한 회 상영분 티켓을 기부했고, 이후에 부산과 서울에서도 티켓 기부가 연달아 이어지며 영화에 대한 관심이 더욱 뜨거워져 어느덧 2만 관객을 돌파했다.

안산에서 사는 10대로서 이 영화는 꼭 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서울 인디스페이스 극장에서 두 시간 동안 영화를 보며 안타까움과 부끄러운 마음이 동시에 들었다. 꿈쩍 않는 정계(政界)에 맞선 처철한 몸부림에 대한 안타까움, 그리고 이런 상황을 알고도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에 대한 부끄러움이다. 기껏 할 수 있는 것이라고 해봤자 노란 리본 하나 달고 잊지 않는 것뿐이다.

영화가 끝나고 진행된 GV(관객과의 대화)에는 ‘나쁜 나라’ 책임연출을 맡은 김진열 감독과 유가족 세희 아버님이 참석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노란 리본을 다는 것 밖에 없어 부끄러웠지만 세희 아버님은 말씀하셨다. 그 작은 노란 리본 하나를 보면 힘이 나고, 오늘도 내 편을 만났다는 기분이 들고, 시민들이 아직 잊지 않았다는 걸 보면 그 날 하루가 기분 좋아진다고.

세희 아버님은 “주위에서 ‘이젠 그만 좀 해라, 잊을 만하지 않느냐’라고 해도 우리(유가족)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들어주는 사람, 우리의 이야기를 토로할 수 있는 사람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간다. 이제는 들어주는 사람도 없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에게 우리가 왜 이렇게까지 하는지 알리고 싶다. 좋은 나라, 살기 좋은 나라, 사람이 사는 나라를 만들 때까지 열심히 함께 하면 좋겠다”며 결코 멈출 수 없는 이유를 설명했다.

김진열 감독은 “여러분이 세월호 관련 기사를 많이 읽어주시고 다는 댓글 하나, 인사 한마디에 가족들은 힘을 낸다. 세월호가 사람들한테 잊히지 않게 해주는 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작은 일이 아닐까 싶다”라며 세월호를 잊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다. 마지막으로 “아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1111번으로 문자메시지를 보내면 합동분향소 내 대형 모니터에 글이 공개된다. 아이들과 선생님들이 글을 볼 수 있을 테니 보내주시면 감사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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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영화 '나쁜 나라' 스틸컷 [사진=시네마달]

세월호 참사가 일어나고 꽤 오랜 시간 동안 안산은 침울한 분위기를 감출 수 없었다. 각 학교 교실은 물론 등굣길 버스, 번화가까지 안산의 그 어느 곳에서도 함부로 웃을 수 없는 분위기가 드리웠으며 길거리의 시민들, 학생들 모두 침통한 나날의 연속이었다. 세월호 집회가 열리는 날이면 많은 학생이 참여해 진심으로 슬퍼하며 추모했다. 세월호 1주기 때도, 각 학교에서는 세월호 참사를 추모하는 활동을 했으며 잊지 않겠다, 기억하겠다는 목소리가 안산 시민들의 마음속에 조용히 울려 퍼졌다. 그런 안산 사람들에게 이번 영화가 가지는 의미는 남달랐다.

국민이라면 누구나 세월호 유가족과 같은 상황에 놓일 수 있다. 그들이 원하는 건 돈이 아니다. 그들은 피해자 유가족으로서의 당연한 권리인 참사의 진상 규명,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것이다. 나아가 더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게, 우리가 자신들과 같은 아픔을 겪지 않게 하려는 것이다. 그들을 응원하고 그들에게 힘이 되기 위해서는 큰 것이 필요한 게 아니다. 작은 리본 하나를 달고 볼 때마다 되새겨 잊지 않는 것, 그것 하나면 충분하다. 세월호는 관찰의 대상이 아니라 공감·교감·동감이 필요한 우리 자신의 거울이자 미래다. 결국 나쁜 나라에서 착하게 사는 법은 바로 우리 자신에게 달린 게 아닐까.

글=박소운(안산부곡고 2)·김태윤(안산부곡고 1) TONG청소년기자, 청소년사회문제연구소 부곡고지부

도움=한은정 기자 han.eu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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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나라 김진열 감독_쇼케이스

나쁜 나라 김진열 감독_쇼케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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