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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석래 회장 징역 3년 벌금 1365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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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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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이 15일 선고 공판을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 [뉴시스]

7930억원대 분식회계·탈세 혐의로 기소된 조석래(81) 효성그룹 회장에게 1심에서 징역 3년이 선고됐다. 그러나 900억원대 배임·횡령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 판결이 내려졌다.

1심 “분식회계로 세금 포탈 혐의”
900억대 배임·횡령 혐의엔 무죄
전립샘암 투병, 법정 구속은 안 해
조현준 사장엔 집유, 사회봉사 선고

법원이 해외 자원외교 사업비리로 기소된 강영원 전 한국석유공사 사장에게 지난 8일 배임죄 무죄를 선고한 데 이어 기업 총수인 조 회장의 배임죄도 무죄로 판단하면서 배임죄의 효용성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8부(부장 최창영)는 15일 조 회장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 및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와 관련해 “효성 임직원, 친·인척 등 229명을 동원해 국내 차명주식 계좌를 운영하고 분식회계를 통해 1358억원의 세금을 포탈한 혐의가 인정된다”며 실형을 선고했다. 벌금 1365억원도 부과했다. 다만 최근 전립샘암으로 투병 중인 점을 고려해 조 회장을 법정 구속하지는 않았다.

재판부는 “조 회장은 장기간 계획적이고 은밀하게 분식회계를 통해 세금을 포탈해 우리 사회의 조세 정의를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조 회장이 2003~2013년 5010억원대 분식회계를 통해 법인세 1237억9100만원을 누락했다는 검찰의 공소사실을 전부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실물이 없는 기계장비의 세부 내역까지 회계장부에 허위 기재하는 등 고의성이 인정된다”고 했다. 같은 기간 조 회장이 효성 임직원 계좌를 이용해 효성계열사 카프로의 주식을 사들이고 되파는 과정에서 양도소득세·종합소득세 120억원을 누락한 혐의도 유죄로 인정됐다.

 반면 조 회장이 2003~2005년 기술료 명목으로 효성의 중국법인 자금 698억원을 빼돌린 혐의(특경가법 횡령)는 “경영상 판단”이란 이유로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효성그룹 본사가 얻을 해외법인의 이익을 특수목적법인(SPC)이 가져가도록 하고 현지법인과 어떤 식으로 거래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건 경영 전략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조 회장이 카프로 주식을 살 돈을 마련하기 위해 2006년 효성 싱가포르 법인이 SPC에 233억원을 빌려주도록 한 뒤 대여금을 전액 손실 처리한 혐의(특경가법 배임)에 대해선 “카프로 주식을 사들이고 관리한 주체는 조 회장 이 아닌 회사”라며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조 회장의 장남 조현준(48) 효성 사장에게는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 사회봉사 120시간을 선고했다. 조 사장은 2008~2013년 효성그룹의 법인카드 16억5900만원을 개인적으로 쓴 혐의(횡령)가 유죄로 인정됐다. 차명 주식의 증여세 70억원을 포탈한 혐의는 홍콩 과세당국에 주식보유 사실을 신고한 점 등을 근거로 무죄를 선고했다.

앞서 검찰은 조 회장에게 징역 10년에 벌금 3000억원, 조현준 사장에게는 징역 5년에 벌금 150억원을 구형했다.

 조 회장은 이날 지팡이를 짚고 직원들의 부축을 받으며 법정에 들어섰다. ‘총수 구속’이란 최악의 상황을 피한 효성그룹 측은 한숨 돌리는 분위기다.

효성 측은 “횡령과 배임 등의 공소 사실이 무죄로 나와 다행”이라면서도 “외환위기 극복 과정에서 불가피했고 사적 이익을 추구한 게 아님에도 실형이 선고돼 안타깝다”고 말했다. 유죄가 선고된 부분에 대해 항소하겠다고도 했다.

김기환·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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