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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00가구에 중학교 하나, 학군 좋은 신도시 교실이 좁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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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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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영종중학교 3학년 교실에 책·걸상이 가득하다. 이 학교 3학년 7개반의 평균 학생 수는 40여 명이다. 영종하늘도시 아파트 입주가 시작되면서 전학생이 몰려서다. 이 학교 1~3학년 반평균 학생수는 2014년 27명에서 지난해 34.8명으로 늘었다. 인천지역 공립중학교 평균(30.5명)보다 4.3명 많다. [사진 최모란 기자]

지난 11일 찾은 인천시 중구 영종하늘도시에 있는 영종중학교 3학년 교실엔 사물함이 없었다. 대신 교실 앞·뒤편으로 40여 개의 책·걸상이 빼곡하게 들어찼다. 이 학교 1학년(31.8개)과 2학년(33.2개) 교실의 평균 책·걸상 수와 비교해도 월등하게 많다.

개발 중인 영종하늘도시 영종중
학급당 35명, 인천 평균 훌쩍 넘어
전학생 몰리는데 학교 신설 지연
여건 좋은 송도도 한 반 40명 육박
교육청들 “학군 조정해 과밀 해소”

 이 학교는 2014년만 해도 학급당 평균 인원이 27명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한 달 평균 5~6명씩 전학오면서 학급당 평균 학생 수가 34.8명이 됐다. 인천지역 공립중학교 반 평균 학생(30.5명)보다 4.3명이나 많다. 현재 영종하늘도시에 예정된 전체 가구(8800가구)의 85%만 들어온 상태. 입주가 끝나는 2018년에는 이 학교의 전 학년의 반 평균 학생수가 40명을 넘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김동환 교장은 “하늘도시 일대에 들어선 초등학교는 5곳이지만 중학교는 우리 학교가 유일해서 생긴 일”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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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도권 일부 지역의 초·중학교가 과밀학급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주로 대규모 아파트 단지 등이 들어선 신도시 일대의 학교들이 그렇다. 초·중학교는 근거리 배정이 원칙이라 입주가 시작되면서 학생들은 몰리고 있지만 학교 수는 한정되어 있어서다.

 인천시 남동구 서창2지구 주민들은 최근 인천시교육청에 “학교를 더 지어달라”는 탄원서를 냈다.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 감소 등을 이유로 교육청이 기존 건설 계획보다 각 1곳씩 줄인 초교 3곳, 중·고교 각 1곳씩만 건설하기로 해서다.

서창교육자치연대 진종국 부대표는 “앞으로도 7800가구가 추가로 입주할 예정인 만큼 원래 계획대로 학교를 설립해야 한다”고 했다. 서창 2지구는 총 1만4000가구 규모로 2020년쯤 입주가 완료될 예정이다.

 전세난으로 서울을 벗어나는 사람들이 늘면서 경기지역 학교들도 비상이다. 광주시 오포읍의 광명초등학교는 2012년 840명이던 학생 수가 지난해엔 1203명으로 늘었다. 용인시 모현면에 있는 능원초등학교도 2년 사이에 학생 수가 135명이 늘어 588명이 됐다. 이들 지역은 서울·분당과 가깝다는 소문이 나면서 지난 4년간 4200여 가구의 빌라가 들어섰다.

 배은주 인천발전연구원 연구위원은 “초중생 자녀를 둔 가정들이 전세난 등을 피해 신도시나 인근 지역으로 유입되고 있지만 교육시설은 대규모 택지개발구역 중심으로 건설되면서 과밀학급이 생기고 있다”고 했다.

학교용지 확보 등에 관한 특례법은 학교 신설을 위한 학교용지 의무협의 대상을 공동주택 300가구 이상으로 정하고 있다. 소규모 공동주택은 교육청의 협의 대상에서 제외돼 학생 수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채드윅국제학교와 포스코교육재단의 송도자사고 등이 있는 송도국제도시는 교육 여건이 좋다는 소문이 나면서 학생이 몰려 과밀학급이 된 경우다. 이곳 신정중학교의 반 평균 학생은 39.6명이다. 한때 45명에 육박하자 학교 측이 교육청과 협의 학생 수를 40명으로 제한했는데도 그렇다.

 교육청들은 학교 추가 신설이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들어가는 비용도 만만치 않고 앞으로 학생 수에 변화가 생길 수 있어서다. 학교신설 보다는 학군 조정을 통해 과밀학급을 해소한다는 게 기본 방침이다.

이양호 인천시교육청 학교설립과장은 “저출산 등으로 인구가 줄어드는 등 장기적으로 학생 수에 변수가 생길지 모르는데다 학교 설립 비용도 상당하다”며 “현재 인천발전연구원에 인구수 변화와 도시개발에 따른 학군 조정안 용역을 의뢰한 상태로 이 결과를 토대로 학군 조정 작업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모란·노진호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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