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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많이 웃었지만, 울산 가장 행복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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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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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제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3일(한국시간) 2015년 미국 최고의 스포츠 도시를 선정했다. 연고지 프로 팀의 승률 순서에 따라 팬들의 행복지수를 매긴 것이다.

14개 도시 프로팀 분석해보니
울산, 농구 모비스 활약 승률 1위
서울은 313승 344패 패배 더 많아
창원, 야구 NC 덕분에 톱3 포함
배구 우승컵 품은 OK저축은행
세월호 아픔 안산시 4위로 올려

미국프로농구(NBA)·미국프로풋볼리그(NFL)·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메이저리그(MLB) 등 4대 프로 스포츠 중 3개 팀 이상을 가진 21개 도시를 대상으로 조사했다. 그 결과 미주리주의 세인트루이스가 최고 승률을 기록한 도시로 나타났다.

 세인트루이스에는 지난 12일 투수 오승환(34)이 둥지를 튼 MLB 카디널스가 있다. 카디널스는 지난해 100승62패로 MLB 최고 승률을 기록했다. 또 프로풋볼팀인 램스가 7승8패, 아이스하키팀 블루스가 52승8무25패를 기록했다. 세 팀의 승률을 합산하면 6할을 넘는 0.622였다.

이어 강정호(29)의 소속팀 파이리츠의 연고도시인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는 승률 0.581로 2위에 올랐다. 카디널스와 파이리츠는 2015시즌 MLB 승률 1·2위를 차지한 팀이다. 팀당 경기수(162개)가 가장 많은 MLB 성적이 연고 도시의 행복을 크게 좌우한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의 평가 기준을 토대로 본지가 국내 ‘도시별 행복지수’를 조사했다. 프로리그가 운영되고 있는 야구와 축구(2부 리그 포함), 남녀 농구와 배구 등 6개 종목 7개 리그에 속한 61개 팀(지난해 4월 성남에서 김천으로 연고지를 이전한 여자배구 한국도로공사 제외)의 승률(야구·축구는 2015시즌, 농구·배구는 2014~15시즌 성적)을 계산했다. 시장이 작은 국내 스포츠 환경을 고려해 2개팀 이상을 가진 14개 도시를 비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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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판 최고의 스포츠 도시는 울산이다. 남자 농구 우승팀 모비스와 축구 1부리그 K리그 클래식 7위 울산현대의 합산 승률은 0.616(52승14무26패)였다. 울산현대는 시즌 초반 부진으로 하위스플릿에 떨어졌지만 하위권 팀들과의 대결에서 승수를 챙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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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위는 삼성 라이온즈(야구)와 대구FC(K리그 챌린지·축구 2부)가 있는 대구(승률 0.600)가 차지했다. 3위는 NC 다이노스(야구), 경남FC(K리그 챌린지), LG(남자 농구)가 자리잡은 창원(승률 0.568)이었다. 프로야구 정규시즌 1위 삼성과 2위 NC가 속한 도시가 상위권에 올랐다.

 롯데(야구 8위)·부산아이파크(K리그 클래식 11위)·kt(남자 농구 7위)가 모두 하위권에 처진 부산은 14개 도시 가운데 13위(0.420)에 그쳤다. K리그 클래식 우승팀 전북현대를 가진 전주(0.395)는 최하위였다. KCC(남자 농구)가 지난 시즌 12승42패(9위)에 그치면서 승률을 끌어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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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구 100만 이하 도시 중에는 안산(70만명)의 승률(0.513)이 가장 높았다. 안산을 연고로 하는 OK저축은행(남자배구)과 안산경찰청(K리그 챌린지)은 34승15무27패로 전체 승률 4위를 기록했다. 2014~15시즌 남자배구 챔피언 OK저축은행 덕분에 승률이 올라갔다.

2013년 안산을 연고로 창단한 OK저축은행은 2년 만에 삼성화재(대전)의 챔피언결정전 8연패(連覇)를 저지하고 우승했다. OK저축은행 배구단은 세월호 침몰사고로 슬픔에 잠긴 안산시민들에게 큰 힘을 줬다.

 OK저축은행은 세월호 희생자를 기리기 위해 ‘We Ansan(우리가 안산)’이라는 응원 메시지를 유니폼 앞면에 새겨넣었다. 김세진(42) OK저축은행 감독은 “‘We Ansan’으로 지역 분위기를 바꿨다. 연고 팬들을 향한 구단의 진정성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OK저축은행은 이번 시즌에도 16승7패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정희윤 한국프로스포츠협회 자문위원은 “안산시는 프로 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다른 도시에 비해 크다. 지자체는 지역경제 활성화와 지역 이미지 제고 등을 위해 프로팀을 유치하는데 연고 팀 성적이 좋을수록 효과가 커진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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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구 117만 명의 수원에는 5개(수원삼성·수원FC 축구단, kt 야구단, 한국전력·현대건설 배구단)의 프로팀이 있다. 인구가 더 많은 대전(4개)·부산(3개)·대구(2개)·울산(2개) 등의 광역시보다 많은 팀을 갖고 있다. 지난 5일 염태영 수원시장은 연고 팀 단장·감독과 협력체계 구축을 위한 간담회를 갖기도 했다.

 수원은 신생팀 kt가 프로야구 최하위(52승1무91패)에 그쳐 5개팀 합산 승률 0.480(7위)을 기록했다. 승수(131승)로는 서울(9개 팀 313승), 인천(6개 팀 164승)에 이어 3위다.

정 위원은 “미국 등 선진국에선 지자체가 나서 경기장 인프라를 저렴하게 제공하면서 스포츠 구단과 상생하고 있다. 시민들을 행복하게 해주는 프로 스포츠의 가치를 인정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수원시는 2013년 창단한 kt에 야구장을 25년간 무상임대했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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