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비즈 칼럼] 경제환경 나빠질 땐 가계도 수비 전략 짜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8면

기사 이미지

이수창
생명보험협회장

서기 410년 로마제국은 고트족의 침략으로 멸망한다. 로마사 연구의 태두인 프랑스의 사상가 몽테스키외(1689~1755)는 로마의 멸망의 원인에 대해 내부의 분열이나 갈등이 아니고, 제국의 지나친 팽창과 확장이 문제였다고 했다. 원래 로마 제국은 대대로 초대황제 아우구스투스의 “북으로 라인강과 도나우강, 동으로 유프라테스강, 남으로 북아프리카의 경계선을 넘지말라”는 유훈을 지켰다. 그러나 제국의 말엽에 장군들이 공명심에 눈이 멀어 경계선을 넘는 데 힘을 소모해 멸망의 단초가 됐다고 몽테스키외는 주장했다.

 신년 벽두부터 한국 경제가 암울하다. 중국 증시의 연이은 폭락과 중동 국가 간 분쟁으로 유가가 출렁거려 세계가 불안에 휩싸였다. 수출과 내수의 부진이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1200조원으로 늘어난 가계부채도 걱정거리다. 미국의 금리인상은 위기감을 더 고조시켰고, 북한은 느닷없는 핵실험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경제주체는 경제환경이 나빠지고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자신부터 되돌아봐야 한다. 위험을 의식하지 않는 무모한 공세는 로마제국의 사례처럼 파국으로 몰고 갈 수 있기 때문이다. “폭풍우가 칠 때 밖에 나가 돌아다니면 몸만 망가지기 때문에 지금은 몸을 피할 집을 살펴야 할 때”라는 격언을 생각해야 한다.

 알려진 위험은 위험이 아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가보지 않은 제3의 길을 찾아야 한다. 기업은 혁신적으로 원가를 절감하고, 안정적인 현금 흐름과 재무 건전성을 확보해야 한다. 가계 역시 불필요한 소비와 지출을 줄이고 금융자산을 늘려 자산의 균형과 안정성을 다져놔야 한다. 금리인상 시기에는 부채를 조기 상환하거나 우량부채로 전환해 이자비용을 줄여야 한다.

 그래서 보험을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보험은 위험을 전가하는 가장 과학적인 제도이기 때문이다. 부동산이나 주식 투자가 공세의 재테크라면 보험은 수비의 재테크다. 가족의 건강과 노후 준비를 위한 보장 보험을 우선 확인해야 한다. 특히 우리나라 40~50대 가계는 자산이 부동산에 집중돼 있고, 보장자산이 턱없이 부족하다. 보험은 형편이 어려울수록 더 활용해야 한다. 보험금의 효과는 상대적으로 서민·저소득층일수록 크기 때문이다.

 새해 보험업계의 화두는 ‘경쟁’이다. 정부의 과감한 금융개혁 추진으로 본격적인 경쟁시대에 돌입했다. 사업비와 수수료의 절감으로 보험료를 최적화한 신상품이 대거 출시된다. 소비자는 옥구슬을 잘 모아 꿰기만 하면 보배를 얻을 수 있다. “타격은 팬을 즐겁게 하지만, 수비는 감독을 즐겁게 한다”는 명언이 있다. 화려한 홈런이 팬들을 더 열광시키지만, 승리에 더 보탬이 되는 것은 수비라는 의미다. 가계와 기업도 내실을 튼튼히 다지는 수비가 먼저다. 낙하산과 사람 얼굴의 공통점은 ‘펴져야 산다’는 것이다. 위기로 얼굴이 더 그늘지고 주름지지 않도록 미래를 준비하는 지혜가 필요할 때다.

이수창 생명보험협회장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