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룰’ 1000원 받아도 해임한다더니…62만원 금품 구청 간부 넉달 만에 복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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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체 등으로부터 62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아 직위 해제됐던 서울시 송파구청의 국장급 간부가 1, 2심에서 승소해 본래 자리로 복귀했다.

“금액 많지 않고 징계 재량권 넘어”
강등 송파구 국장 무효소송 이겨

이에 따라 박원순(사진) 서울시장이 공무원이 1000원을 받더라도 해임·징계 등 행정 제재를 가하겠다며 내놓은 이른바 ‘박원순 강령’이 유명무실해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송파구청 도시관리국장인 박모(56) 서기관은 지난해 8월 건설업체 등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한 급 아래인 사무관으로 강등됐다. 같은 해 2월 이수건설 등으로부터 50만원어치 상품권을 받고 12만원 상당 롯데월드 자유이용권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4만4000원짜리 저녁식사를 대접 받았다는 것도 추가됐다.

이 같은 사실이 국무조정실에 적발되자 서울시 인사위원회는 중징계에 준하는 해임 처분을 결정했다. 박 서기관은 징계 수위가 너무 높다며 서울시 소청심사위원회에 소청 심사를 청구했지만 ‘해임’에서 ‘강등’으로 감경되는 데 그쳤다.

앞서 박 시장은 2014년 8월 서울시 공무원들의 청렴도를 높이겠다며 ‘서울시 공무원 행동강령’을 내놓았다. 업무 연관 여부와 상관없이 1000원 이상의 금품을 받으면 행정 처분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이 골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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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50만원 금품 공무원‘박원순법’적용 첫 해임

처분 기준이 강화되고 박 시장이 적극적으로 추진해 ‘박원순 강령’이라고도 불렸다.

박 서기관은 새 기준이 적용된 첫 대상자다.

상황은 한 달 만에 반전됐다.

박 서기관의 집행정지 가처분신청 소송을 받아들인 법원이 지난해 9월 열린 1심에서 박 서기관의 손을 들어주면서다. 법원은 “금품 액수가 많지 않고 (서울시가) 징계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이 있다”고 판단했다.

서울시는 항소했지만 지난해 12월 22일 또다시 패소했다.

1, 2심의 판결에 이어 4일 송파구가 박 서기관을 도시관리국장으로 다시 복직시키면서 ‘박원순 강령’이 무색하게 됐다.

서울시의 한 관계자는 “송파구가 박 서기관을 금품을 수수했던 도시관리국장의 자리로 다시 복귀시킨 것은 사실상 서울시의 징계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보낸 셈”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박 서기관이 도시관리국장으로 복직된 지 나흘 만인 8일 대법원에 상고했다.

한편 올해 10월부터 시행되는 ‘김영란법’은 100만원 이하 금품을 받았다면 직무 관련성이 있을 때만 과태료가 부과된다.

조진형 기자 enis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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