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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최현수 입시비리 혐의 해임…YS 추모 가수 그래서 바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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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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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25일 정부는 다음 날 국회에서 치러질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 영결식에서 최현수(58·사진)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 성악과 교수가 추모곡을 부른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다음 날 영결식 진행 직전에 추모곡을 부를 성악가가 고성현(54) 한양대 교수로 급히 교체됐다. 당시 정부는 “최 교수의 개인 사정 때문”이라고만 이유를 밝혀 궁금증을 남겼다. 그 의문이 뒤늦게 풀렸다.

입시곡 제자에 미리 유출 밝혀져
한예종 최초로 전형 통째 변경
정부도 뒤늦게 알고 성악가 교체
최 교수 “행정 절차 착오 해프닝
무죄 판결 받으면 명예회복 소청”

 최씨는 당시 학교 징계위원회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었다. 검찰에 의해 기소된 상태이기도 했다. 입시문제 사전 유출이 문제가 됐다.

박재목 행정자치부 의정담당관은 12일 “기소돼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그런 이가 국가적 행사에서 추모곡을 부르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한예종 관계자들에 따르면 최씨는 영결식 다음 날인 11월 27일에 성악과 교수직에서 해임됐다. ‘입시요강을 유출해 공정한 입시 업무 수행을 방해했다’는 이유에서였다.

지난해 5월 초에 이뤄진 학교의 입시곡 공식 발표보다 20여 일 먼저 자신의 제자인 레슨 강사에게 입시곡을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로 알렸다는 것이 학교 측의 조사 결과다.

당시 입시곡은 비발디의 ‘나는 울부짖네’, 슈베르트의 ‘우편마차’ 등 이탈리아와 독일 가곡 20곡이었다. 한예종 관계자는 “시험 볼 곡을 남들보다 일찍 알면 연습할 수 있는 시간이 늘기 때문에 입시에서 절대적으로 유리하다”고 말했다.

 한예종은 지난해 8월 감사를 실시했다. 입시곡 발표 내용을 취소하면서 10월로 예정됐던 시험을 11월로 미뤘다. 입시곡은 응시생이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게 됐다. 한예종 관계자는 “입시전형이 통째로 변경된 것은 개교(1993년) 이래 처음이었다”고 말했다.

 학교 측의 조사와 별도로 검찰 수사도 진행됐다. 수원지검 성남지청은 지난해 5월 수사에 착수했다. 제보가 있었다고 한다. 9월 최씨는 공무상 비밀 누설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현재 수원지법 성남지원에서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최씨는 90년 세계 3대 콩쿠르 중 하나인 러시아 차이콥스키 콩쿠르(성악 부문)에서 동양인 최초로 우승했다. 이를 계기로 ‘차이콥스키의 황태자’라는 별명을 얻으며 성악계의 스타가 됐다. 2년 뒤인 92년 한예종 음악원에 교수로 부임했다. 정부로부터 옥관문화훈장(90년)과 보관문화훈장(95년)을 받았다.

 최씨는 전화통화에서 “(입시전형·일정 등) 행정적 절차가 지연된 걸 미처 파악 못해 일어난 해프닝에 불과하다. 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으면 명예회복을 위해 교육부에 소청심사를 청구하겠다”고 말했다.

조진형 기자 enis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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