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 노인복지시설에 '배기창' 설치 의무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경북도가 노인요양시설의 2층 생활실에 불이 나는 모의시험을 실시했다.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이 모여 있는 생활실은 1분 10초 만에 연기가 바닥까지 자욱하고 밖으로 이어지는 복도는 330도까지 열기가 치솟았다.

하지만 같은 공간의 외부 벽면에 연기를 배출하는 배연창(排煙窓)을 설치하고 화재에 맞춰 자동으로 창문이 열리자 이번에는 상황이 확 달라졌다.

연기는 천정에만 맴돌아 바닥부터 1m62㎝까지는 연기가 내려오지 않았다. 허리를 굽히면 질식하지 않고 대피할 수 있었다. 복도의 열기는 100도 정도에서 차츰 낮아졌다.

유독 가스인 일산화탄소의 농도도 배연창이 열리자 240ppm에서 70ppm으로 뚝 떨어졌다.

배연창이 화재실의 온도 급감과 연기 하강 지연에 탁월한 효과를 낸 것이다.

기사 이미지

배연창-창문 자동 개폐장치 [사진=경북도]

경북도가 지난해부터 양로원·요양원 등 2층 이상의 노인복지시설에 배연창(排煙窓·사진1)의 설치를 의무화했다. 기존의 건축법시행령은 6층 이상의 건물에만 배연창을 설치하도록 돼 있었다.

양로원·요양원 등은 화재가 발생하면 연기로 인한 질식 비율이 가장 높다.

전남 장성 노인복지시설 화재 때는 화재 발생 7분 만에 10여 명이 질식사하는 참사로 이어졌다.

배연창은 화재 때 시설에 있는 어르신과 중증환자, 거동 불편 어르신이 피난 안전 시간을 벌게 하는 설비다.

경북도는 지난해 노인시설 10곳에 배연창 설치를 지원했다.

기사 이미지

긴급피난 나선형 미끄럼틀[사진=경북도]

이 사업은 올 들어 보건복지부가 채택해 올해는 전국으로 이 설비가 확산되게 됐다.

 이와 함께 경북도는 2층 이상의 노인복지시설에 긴급 피난 미끄럼틀도 설치하고 있다.

나선형 미끄럼틀은 화재 등 긴급 피난 때 대피 시간을 최대로 줄이는 장치다.

대구=송의호 기자
yeeho@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