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살라” ＂쇠문 여는 건 큰 힘 아닌 작은 열쇠”

배우 황정민을 유독 돋보이게 만드는 건 `말`이다. [사진 전소윤(STUDIO 706]

‘3000만 배우’ 황정민(46) 전성시대다. 흥행만큼 그를 돋보이게 했던 건 ‘말’이었다. 2005년 청룡영화제의 ‘밥상’ 소감은 지금까지도 역대급 수상 멘트로 기억되고 있다.

황정민이 전율한 명대사 7개
‘죽은 시인의 사회’‘슈퍼맨 … ’등
‘3000만 배우’로 키워낸 언어들

　 배우 황정민에게 영감을 준 대사는 무엇일까. 그가 영화 속 명대사 일곱개를 뽑았다.

　1 “카르페 디엠, 현재를 즐겨라.”(‘죽은 시인의 사회’ 중)

영화 ‘죽은시인의사회’

　배우 황정민을 세상에 널리 알린 건 2005년 ‘너는 내 운명’. 10년 이상 무명 생활을 견뎌야 했던 그로서도 자신과의 싸움이 각별했을지 모른다. 1989년작 ‘죽은 시인의 사회’(피터 위어 감독)에서 키팅 선생은 파격적인 수업 방식으로 “오늘을 살라”고 주문한다. 황정민은 “로빈 윌리엄스의 살아있는 눈빛에 흠뻑 빠졌다”고 전했다.

　2 “내일을 기다리는 거다.”(‘매직 아워’ 중)

영화 ‘매직아워’

　2008년작 ‘매직 아워’의 감독은 일본의 미타니 코키다. 황정민은 미타니 팬이다. 현재 황정민 연출·주연의 뮤지컬 ‘오케피’도 미타니 원작이다. 미타니는 기발하고 정교한 플롯으로 허를 찌른다. 황정민은 “절망보단 긍정을 찾아내려는 노배우의 연기가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3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알아요.”(‘부당 거래’ 중)

영화 ‘부당거래’

　‘베테랑’ 류승완 감독과의 첫 작품이다. 당시 슬럼프였던 황정민은 이 작품과 함께 부활했다. 흥미롭게도 류승범이 연기한 주양 검사의 말을 명대사로 꼽았다. “최철기 반장의 고독함도 좋았지만, 머리 속을 맴돈 건 주 검사의 신랄한 말”이라고 했다.

　4 “내 죽음이 부모들에게 위안이 됐으면 해요.”(‘데드맨 워킹’ 중)

영화 ‘데드맨워킹’

　팀 로빈슨 감독의 1995년 문제작. 무자비한 살인자에 대한 공권력의 사형 결정이 과연 정당한가를 묻는다. “숀 펜의 열혈 팬으로서 그의 주름이 좋다”며 “이 작품을 보고 배우가 늙는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돌아보게 됐다”고 말했다.

　5 “몸이 사라져 버려요, 마치 전기처럼.”(‘빌리 엘리어트’ 중)

영화 ‘빌리엘리어트’

　황정민은 김민기 연출의 극단 ‘학전’에서 연기를 익혔다. 스티븐 달드리 감독의 2000년작 ‘빌리 엘리어트’는 대표적인 뮤지컬 영화다. 그는 “아내와 영화관에서 질질 짜면서 봤다”라며 “내가 좋아하는 일에 대한 신념을 갖게 해주었다”고 말했다. “빌리의 ‘electricity’라는 말에 내 몸까지 전율이 흘렀다”고 했다.

　6 “쇠문을 여는 것은 큰 힘이 아니라 작은 열쇠입니다.”(‘슈퍼맨이었던 사나이’ 중)

영화 ‘슈퍼맨이었던 사나이’

　눈에 밟히는 자식은 따로 있는 걸까. 황정민은 저주 받은 걸작으로 평가받았던 ‘슈퍼맨이었던 사나이’( 정윤철 감독)의 한 대목을 소개했다. “비록 흥행은 안됐지만, 유독 애잔하게 오래 남아 있다”고 말했다.

　7 “진정한 자유를 얻으려면 모든 걸 다 잃어봐야 돼”(‘파이트 클럽’ 중)

영화 ‘파이트클럽’

　황정민은 액션도 능하다.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파이트 클럽’은 평범한 두 남성이 술집 지하에서 1대 1 맨주먹 격투를 벌이는 설정이다. 영화는 1999년작이다. 황정민은 “당시는 영화 배우로 데뷔 전이었다. 연기도 삶도 엉켜있어 힘들었다. 그때 위안이 됐다”고 했다.

최민우 기자 minwo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