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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굴 응원해야 하나 61경기 행복한 고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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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한국야구의 메이저리그(MLB) 상륙작전이 시작됐다. 불펜투수 오승환(34)이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 입단하면 코리언 빅리거는 6명으로 늘어나게 된다. 한국인 선수가 소속된 MLB 팀끼리의 대결은 올 시즌 61차례나 벌어진다.

오승환, 세인트루이스 입단 초읽기
강정호와 4월4일 개막전 대결 예고
한국인 빅리거 6명, 올 61차례 만나
7월2일부터 열흘간은 줄줄이 맞붙어
6개 팀 모두 지구 우승 노리는 강팀
가을야구서도 극적인 승부 가능성

 MLB 공식 홈페이지는 11일(한국시간) “오승환이 곧 세인트루이스와의 계약을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 메디컬테스트(신체검사)를 통과하면 카디널스의 일원이 된다”고 밝혔다. 세인트루이스 지역 신문들도 일제히 오승환의 계약 소식을 보도했다. 지난 10일 에이전트인 김동욱 스포츠인텔리전스그룹 대표와 함께 미국으로 떠난 오승환은 출국에 앞서 계약에 사실상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MLB 안에 ‘코리언 리그’라고 불러도 좋을 맞대결이 계속 이어진다. 추신수(34·텍사스 레인저스)·류현진(29·LA 다저스)·강정호(29·피츠버그 파이리츠)에 이어 올해 박병호(30·미네소타 트윈스)·김현수(28·볼티모어 오리올스)·오승환까지 미국 진출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왼 무릎을 다친 강정호와 왼 어깨 수술을 받은 류현진이 기대대로 개막전에 맞춰 복귀한다면 한국 선수들이 다른 유니폼을 입고 대결하는 경기가 최대 61차례나 된다.

 지난 2004년부터 3년 동안 MLB에는 박찬호·김병현·김선우·서재응 등 7명의 한국선수가 뛴 바 있다. 이들은 모두 KBO리그를 거치지 않고 미국으로 건너갔다. 2016년엔 추신수를 제외한 5명이 KBO 리그에서 활약했던 선수들이다. 친숙한 선수들이 세계 최고의 무대에 진출했기에 팬들의 관심은 상당히 높다. 이대호(34·전 소프트뱅크)까지 MLB에 가고 마이너리거 이학주(26·샌프란시스코)·최지만(25·LA 에인절스)이 승격된다면 ‘코리언 리그’는 더욱 확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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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 많이 부딪힐 선수는 강정호와 오승환이다. 피츠버그와 세인트루이스는 같은 내셔널리그(NL) 중부지구 소속으로 3연전 5회, 4연전 1회 등 19경기를 치른다. 투·타대결을 펼치는 데다 두 팀이 지구 우승을 두고 경쟁한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매치업이다. 지난해에는 세인트루이스가 1위(100승62패), 피츠버그가 2위(98승64패)를 기록했다.

 한국인 맞대결의 시작도 두 선수의 몫이다. 4월 4일 피츠버그의 홈구장 PNC파크에서 강정호와 오승환이 시즌 개막전을 치른다. KBO 리그 시절 두 선수의 상대전적은 타율 0.308(13타수 4안타)·1홈런·3타점으로 강정호가 우세했다. 마지막으로 상대한 2013년에는 3타수 무안타로 오승환이 앞섰다.

 박병호와 김현수는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MLB 데뷔전을 치른다. 4월 5, 7, 8일 볼티모어의 홈구장 캠든야즈에서 볼티모어와 미네소타가 개막 3연전을 벌인다. 김현수는 “둘 다 안타 하나씩 치고, 경기는 우리가 이겼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박병호도 “김현수와 미국에서 만날 생각을 하니 기대가 크다. 한국인의 자부심을 가지고 뛰겠다”며 설레는 마음을 전했다.

 2006년 프로 입단동기인 류현진·강정호·김현수의 대결이 가장 뜨거울 것 같다. KBO리그에서 강정호는 류현진을 상대로 타율 0.167(36타수 6안타)에 그쳤다. 그러나 2012년 10월 4일 강정호가 류현진으로부터 홈런을 날려 친구의 7년 연속 10승의 대기록을 멈추게 했다. 지난해 MLB에 입성한 강정호는 “현진이가 세 타석에 한 번 정도는 치기 좋은 공을 주지 않겠느냐”고 농담한 적이 있다. 그러나 류현진이 어깨 부상으로 지난 시즌을 통째로 쉬면서 맞대결은 이뤄지지 않았다. 다저스와 피츠버그는 오는 6월 25일부터 4연전, 8월 13일부터 3연전을 치른다.

 김현수는 류현진을 상대로 타율 0.361(36타수 13안타)를 기록하며 강한 모습을 보였다. 류현진은 “추신수 선배와 대결했던 것처럼 김현수를 만나도 최선을 다해 던지겠다”고 말했다. 류현진은 2013년 7월 28일 추신수(당시 신시내티)와 처음 맞대결을 펼쳐 2타수 무안타·1삼진·1볼넷으로 이겼다.

 7월 초는 ‘코리언 리그’의 하이라이트가 될 전망이다. 미네소타-텍사스(2~4일), 볼티모어-LA 다저스(5~7일), 세인트루이스-피츠버그(5~8일), 텍사스-미네소타(8~11일)의 경기가 줄줄이 열린다. 6명의 선수가 부상 없이 MLB에서 뛴다면 팬들은 열흘 내내 한국인 선수들의 대결을 즐길 수 있다.

 보너스 게임도 있다. 지난해 다저스·세인트루이스·피츠버그·텍사스는 모두 포스트시즌(PS)에 진출했다. 미네소타와 3경기, 볼티모어는 5경기 차로 와일드카드를 놓쳤다. 한국 선수들이 뛰는 6개 팀 모두 탄탄한 전력을 갖추고 있어 가을야구에서도 한국인 맞대결이 이어질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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