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마당] 불법행위 신고자 정보 흘려도 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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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얼마 전 경남의 한 지방을 지나가다 도로 근처 공장에서 시커면 연기가 하늘로 치솟고 있었다. 폐기물을 불법 소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곧바로 인근 파출소를 찾아가 환경 파괴행위로 신고를 했다. 신고를 접수한 경찰관은 증언이 필요하면 연락하겠다며 내 이름과 전화번호를 적었다.

그런데 다음날 폐기물을 태우던 그 공장 주인의 지인이라고 밝힌 사람이 전화를 걸어와 "선처가 안 되겠느냐"고 물었다. 신고를 없었던 일로 해줄 수 없느냐는 취지였다. 환경 파괴행위를 무마하려는 전화 내용도 내용이지만 신고한 다음날 나한테 어떻게 이런 전화가 걸려올 수 있는지 너무 어이가 없어 "내 이름과 전화번호를 어떻게 알았느냐"고 따졌더니 그 사람은 주저하면서 "파출소에서 알려줬다"고 했다.

경찰이 고발인이나 신고인의 신상정보를 보호해야 하는 것은 상식이다. 만약 그 공장 주인이 나에게 보복이라도 한다면 경찰이 책임질 것인가. 좋은 뜻에서 불법행위를 신고해도 신고자의 안전을 보장해주지 않는 경찰을 믿고 무슨 시민정신을 발휘할 수 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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