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배 위해 시장경제 흔들지 마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2면

참여정부의 정책을 소개하기 위해 30일 열린 '투명하고 세계화된 경제-참여정부의 경제 비전에 관한 국제회의'에 참석한 외국의 경제 전문가들이 뼈 있는 말로 정부의 최근 경제정책을 비판했다.

"조흥은행 노조에 너무 많은 양보를 한 것으로 보인다. "(대니얼 보글러 파이낸셜 타임스 아시아 담당 국장)

"분배는 성장이 가능한 범위 내에서 해야 한다. "(김응한 미시간대 교수)

이들 전문가는 한국 경제의 불안한 미래와 정부의 분배정책이 시장경제의 근간인 재산권을 제약하는 것으로 비춰진다고 우려했다.

답변에 나선 김진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조흥은행 노조에 정부가 굴복한 것은 아니다"며 "성장을 통한 분배의 선순환을 이룰 수 있다"고 주장해 참석한 전문가들과 박자가 엇갈렸다.

성장.분배 논란=보글러 국장은 "한국 정부는 세계 경제의 회복에 상당한 기대를 걸고 있으나 세계 경제가 좋아진다고 한국 경제가 덩달아 좋아진다는 보장은 없다"며 "한국은 성장을 촉진하는 데 정책의 주안점을 둬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경기를 되살리기 위해선 2차 추경 편성과 추가 금리 인하 등의 경기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응한 교수는 "정부가 분배를 위해 재산권을 침해하지 않을 것이란 점을 명백히 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가진 사람은 위협을 느껴 투자를 꺼리고 못 가진 자들은 비현실적인 기대를 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또 "정부가 성장에 우선권을 둔다고 해도 국민은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는 상황 자체가 위험하다"고 말했다.

로버트 배로 하버드대 교수는 "한국 정부는 시장 경제 원칙에서 벗어나 서구형 사회 주의를 지향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실패한 독일.프랑스식 모델을 따라가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金부총리는 "재산권 보장은 철저히 이뤄질 것"이라며 "세금 감면 등 다각적인 경기 활성화 대책을 검토 중"이라고 답변했다.

노동정책 혼선=전문가들은 빠짐없이 한국의 노동 문제에 대한 걱정을 쏟아놓았다. 스타인 국장은 "조흥은행 노조와의 협상 결과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에 대한 투자를 주저하게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도널드 존스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사무총장은 "한국 정부는 정부 규제를 최소화하고 노사 분규 방지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金교수는 "공정성은 권력층뿐 아니라 노조에도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영훈 기자 <filich@joongang.co.kr>
사진=신동연 기자 <sdy11@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