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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보스역 드라마퀸, 마약왕 인터뷰 주선했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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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티요가 조직의 보스로 연기한 드라마 '남부의 여왕' 포스터.

범죄 조직의 여성 보스를 연기한 ‘드라마 퀸’은 현실의 마약왕과 친구가 됐다. 영화 같은 탈주를 감행한 마약왕은 도피 중에도 여배우와 우정을 나눴다.

8일(현지시간) 체포된 멕시코의 마약왕 호아킨 구스만과 여배우 케이트 델 카스티요(43)의 이야기다.

체포 이튿날인 9일 미국 유명 음악잡지 ‘롤링스톤’은 구스만과 미국 영화배우 숀 펜의 인터뷰를 실었다. 지난해 10월 2일 멕시코 북부 두랑고 산악지대에서 이뤄진 인터뷰를 주선한 것이 바로 카스티요였다.

두 사람의 인연은 2012년으로 거슬러 간다. 카스티요가 트위터에 이런 글을 남기면서다. "나는 진실을 숨기는 정부보다 구스만을 믿는다."

카스티요는 구스만에게 편지를 띄우는 형식으로 범죄 행위도 지지했다. "미스터 차포, 당신이 선(善)을 위해 밀매를 한다면 쿨하지 않을까요. 질병을 퇴치하고, 거리의 아이들에게 음식을 주고…. 수요 없는 공급은 없어요. (마약 밀매를) 하세요. 영웅 중의 영웅이 될 거에요. 사랑으로 밀매를 해요. 당신은 어떻게 하는지 알잖아요. 인생은 비즈니스에요."

이 같은 글은 당시 멕시코에서 뜨거운 논쟁을 불러 일으켰다. 선한 목적이라면 범죄도 용인할 수 있다는 내용이 문제가 된 것이다. 마약왕은 자신을 칭송한 여배우에게 꽃다발을 보내 감사 표시를 했다. 이후 두 사람은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우정을 나눴다.

마침 이때 카스티요는 미국의 스페인어 방송 채널인 ‘텔레문도’에서 방영된 ‘남부의 여왕’이라는 드라마에서 범죄집단의 여성 보스를 연기하고 있었다. 극에서 카스티요가 맡은 여주인공 테레사 멘도사는 구스만의 조직인 '시날로아 카르텔'의 신예 조직원이었던 남자친구가 살해당한 뒤 스페인으로 도주한다. 그곳에서 혼자 힘으로 1000만 달러 현상금이 붙은 '마약여왕'이 된다는 줄거리다. 남성들의 세계에서 활약하는 테레사의 이야기는 텔레문도 사상 최고 인기 드라마가 됐다.

지난해 구스만이 탈주한 뒤 카스티요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당시의 트윗에 대해 해명했다. 멕시코 정치인들을 비난하기 위해서였지, 구스만을 찬양하기 위해서 쓴 글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숀펜에 따르면 영화와 현실의 마약왕은 탈옥 뒤에도 연락을 이어갔고, 그 우정이 희대의 인터뷰를 남겼다.

홍주희 기자 hong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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