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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병건의 아하, 아메리카] 오바마 북핵 ‘전략적 인내’ 7년 북한 손 잡지도 비틀지도 못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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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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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이른바 ‘수소탄 실험’으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전략적 인내’ 정책이 시험대에 올랐다. 오바마 대통령이 2009년 1월 취임한 뒤 북한은 세 차례의 핵 실험과 세 차례의 장거리 로켓 발사를 강행했지만 그때마다 ‘도발’로 규정하고 ‘철통 한국 방어’를 선언한 뒤 ‘제재’를 추진하다가 잊혀진 뒤 다시 같은 말이 반복되는 북핵과 미사일의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취임 뒤 북한 핵 3회 로켓 3회 개발
도발 규정 → 제재 추진하다 흐지부지
전문가들 “대북 정책 방향 틀어야”

 ‘38노스’ 운영자인 북핵 전문가 조엘 위트는 본지 인터뷰에서 “완벽한 의미의 수소폭탄 실험 성공으로 믿기 어렵지만 그럼에도 미국의 정책이 먹히지 않았음을 의미하며 더는 전략적 인내를 가지고 가기 어렵다”고 단언했다.

 북한은 오바마 정권의 지난 7년간 한·미의 정치적 변화기를 노려 핵과 장거리 로켓으로 도발하는 뒤통수 때리기 전략을 구사해 왔다. 오바마 대통령 취임 첫 해인 2009년 장거리 로켓 은하 2호 발사 시험과 2차 핵실험을 했고, 오바마 대통령의 연임 대선과 한국 대선이 있던 2012년 은하 3호 발사 시험을 두 차례 했다. 북한은 오바마 대통령 임기 마지막해인 지난 6일 이른바 수폭 실험으로 도전했다. 직후 네드 프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대변인은 “핵보유국으로 용인하지 않겠다”고 밝혔고, 존 케리 국무장관은 “도발 행위”로 규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대한 방어공약은 흔들림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B-52 폭격기 등 미군 전력자산의 한반도 배치가 진행됐다.

 과거에도 이와 비슷한 규탄과 약속이 쏟아졌다. 2009년 2차 핵실험 직후 오바마 대통령은 “모든 수단을 동원해 한국 안보공약을 이행하겠다”고 밝혔고, 이언 켈리 국무부 대변인은 “(대북 제재에서) 모든 옵션을 고려한다”고 공개했다. 2013년 3차 핵실험 직후엔 존 케리 국무장관이 “무모한 시도를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당시 미군 B-52·B-2 폭격기와 F-22 전폭기가 한반도에 전개됐다.

 그 사이 북한의 대를 이은 핵과 미사일 개발은 양·질 모두에서 심각한 위협으로 등장하고 있다. 원폭 실험→장거리 로켓 발사 성공→이동식 장거리미사일(KN-08) 등장→잠수함발사미사일(SLBM) 시도→수폭 개발 추진으로 북핵은 진화하는 중이다. 질적으론 핵 탄두 소형화가 가장 위협적이다.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의 스커드 미사일의 탄두 중량은 500-700㎏, 노동 미사일은 1t으로 추정되는데, 적어도 노동 미사일에 탑재할 핵 탄두는 개발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은폐형 발사’ 역시 심각하다. 그간 한·미의 북핵 타격 전략은 미사일 발사대의 위치를 사전에 파악해 유사시 선제 타격을 가해 갱도를 막거나 발사대를 파괴하고 그럼에도 발사된 핵미사일은 미사일방어(MD)체계로 공중에서 떨어뜨리는 게 골자다. 하지만 북한이 개발에 나선 이동식 KN-08과 잠수함의 SLBM은 어디서 쏠지를 원점을 파악하기가 극히 어렵다. 양적으로도 2013년 4월 영변 5W 원자로의 재가동을 선언한 북한은 2020년께 핵무기 100개를 보유할 능력을 확보한다는 우려가 등장했다.

 미국에서 전략적 인내에 대한 회의론이 확산되는 것은 이같은 ‘7년 북핵 성적표’ 때문이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마이클 그린 일본 석좌는 포린폴리시 기고에서 “클린턴·부시 행정부는 모두 북한 대응에서 실패했지만 두 정부는 북한 문제를 최고 우선 순위에 뒀다”며 “오바마 정부의 전략적 인내는 무대응의 대책이었다”고 비판했다.

채병건 워싱턴 특파원 mfem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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